한화케미칼 본사 등산 동호회(이하 등산 동호회)는 회사 내에 현존하는 동호회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동호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동호회가 활발히 생기기 시작했던 1980년대, 전통적인 사내 동호회라고 한다면 등산•낚시•바둑 등이 있었는데요. 얼마 전 바둑동호회가 부활한 것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동호회는 등산 동호회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화케미칼 창립 47년 이래 한화케미칼 임직원과 산과 함께한 시간이 30년 정도라고 하니 정말 대단하죠?
공자는 일찍이 인자요산(仁者樂山), 즉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진이가 산을 좋아하는 것은 고금을 통틀어 명약관화(明若觀火)한가 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산을 좋아하는 이가 성정이 어질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 아날로그로의 회귀(回歸)
예전 선배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주6일 근무 환경에도 짬짬이 원거리 산행도 하곤 했다는데,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게 빨리 해결되는 만큼 여유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오히려 이런 시대에 더욱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시야를 트이게 하며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일련의 이유들이 우리 등산 동호회가 존재하게 하는 이유랍니다. 경쟁적으로 뛰어다녀야만 하는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놓아 두고 가까운 산과 함께하는 아날로그적 여유! 함께 하지 않으실래요?
2011년 11월 남덕유산에서 일출
│ 소통의 장(場)으로서의 등산 동호회
등산 동호회는 현재 39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데요. 최근 디지털 세대의 입사가 늘면서 역삼각형 모델로 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진 다양한 직급과 연령대가 고루 분포되어 있어 나름대로 소통의 장(場) 역할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등산동호회’라는 고리타분한 이름을 고집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꾼들은 ‘등산’이라는 말보다 ‘산악’이라는 말을 더 선호합니다. 하지만 우리 동호회가 ‘등산’이란 상투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비회원들의 산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한 노력입니다. ‘산악’이라는 전문적 꾼의 냄새를 풍기기보다 ‘등산’이라는 어감이 좀 더 쉽게 어필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지요.
2011년 9월 북한산 백운대에서
│ 월 1회 매주 셋째주 토요일엔 등산동호회와 함께…
동호회 활동은 공식적으로 월 1회, 매월 셋째주 토요일에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5일 근무제가 확립된이후, 주중에는 다들 바쁘고 힘들게 일하시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계획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참여율이 썩 높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동호회 총무로써 회원들과 얘길 나누다 보면 대부분의 회원들이 마음 한구석에 산에 대한 어렴풋한 아련함과, 자주 함께 못하는 자책감은 간직하고들 있더군요. 그래서 등산 동호회는 최대한 멀리 나가지 않고 인근 산에서 행사를 하고 일찍 가정에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2008년 7월 북한산. 항상 어디에 서있든 그림 같은 풍광을 주는 북한산
우리 동호회는 서울의 명소 북한산을 자주 갑니다. 1년이면 7~8회를 북한산 등반을 하게 되는데요. 원거리는 2회 정도, 나머지는 관악산이나 청계산 등 서울 근교의 산들을 주로 등반합니다. 북한산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수도에 위치한 산이라고 합니다. 근래 북한산에 외국인들이 부쩍 늘어난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공식 등산로만 80여 개가 넘기 때문에 6,000개 이상의 등/하산 조합이 나올 수 있는 굉장히 훌륭한 산입니다. 그래서 등산 동호회 행사 시 산행 코스 짜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2012년 1월 등산동호회 주최 한화케미칼 임직원 청계산 신년산행
금년 1월엔 본사 근무자 전원이 청계산을 오르는 것으로 행사를 치렀습니다. 원래는 동호회에서 방한홍사장님을 모시고 간단한 산행을 기획했던 것이 본사 전체로 크게 확대되었죠. 동호회 회장을 역임하신 방한홍 사장님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아주 성공적인 만남의 장으로 마감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유쾌한 경험이 5월 본사인원 전체 산행으로 이어졌답니다.
올해 2월에는 국내 최고의 설경을 자랑하는 태백산으로 원거리 산행을 하였는데요.
동종 계열사인 한화S&C 등산동호회와 함께 한 의미 있는 산행이었습니다. 한화케미칼 등산 동호회는 여천NCC, 한화L&C, 한화S&C등과의 연합 산행으로 계열사간 우의도 돈독히 하고 있습니다.
2012년 2월 태백산에서 백두대간을 보며. 한화케미칼과 한화 S&C 등산동호회와 연합산행
│ 등산은 건강에 좋은 전신 운동
회사는 동호회 활성을 목표로 2007년 가을에 본사 전체 동호회의 해체와 재조합을 실시하였는데요. 우리 등산 동호회도 그 시점에 많은 인원들이 충원되었습니다. 한화케미칼 임직원들은 등산 동호회에 가입이유를 물어보니 가입 사유도 다양했지만 역시 가장 많은 의견은 ‘건강을 위해서’이었습니다.
등산은 그야말로 전신운동입니다. 허리나 무릎에 무리가 간다는 의견도 있지만 올바른 자세로 걷기만 해준다면 오히려 약한 디스크나 관절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지금은 타계열사로 이동한 전 회원은 의사로부터 디스크 치료 처방으로 등산을 권유 받아 등산 매니아가 되었고 요즘도 시간이 맞으면 우리 동호회와 함께 하곤 합니다. 그리고 원거리 산행은 개인적으로 가기 쉽지 않은데 동호회에서는 체계적으로 기획하여 움직이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표현한 회원도 생각납니다.
2009년 10월 일출햇빛을 받으며 깨어나는 설악산 공룡능선
등산 동호회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몇 개를 들려 소개해드릴께요.
현재 대표이사이신 방한홍사장님께서이 동호회장에 취임하신 게 2007년 9월입니다. 회장 취임 후 첫 행사라 사자후(獅子吼)를 토하시며 의기 있게 참석하신 날이 하필 가을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충북 단양에 있는 황정산(959m)를 약 6시간 종주한 산행이었는데 6시간 동안 모두 비에 쫄딱 젖었었죠. 시골집 뒷방에서 흠뻑 젖은 옷을 갈아입고 막걸리를 나누던 생각이 납니다.
2009년 4월에는 진달래 축제로 유명한 강화도 고려산에 가족동반 산행을 갔지만 축제 첫날이라 진달래보다 몽우리만 실컷 보고 왔던 기억도 있습니다. 2009년 10월, 가을 단풍을 보러 설악산 대청봉에 올랐다가 첫눈을 맞고 내려온 추억, 2008년 12월 무주 덕유산 산장에서 온전히 포장된 회(大) 한 접시와 양주 한 병을 꺼내 들던 옆 테이블을 보고 경악했던 추억도 생각납니다. 언제나 에피소드가 쏟아지는 산행이었지만 모두 표현하기엔 주어진 지면이 너무 짧답니다.
본사 등산동호회 총무인 저는 개인적으로 산을 무척 좋아합니다만, 아무리 산이 좋아도 등산 동호회라는 단체활동이 개인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유인즉슨 혹시 자신의 저질체력(?)으로 동호회 전체 산행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될까 걱정된다고 하는데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말아주세요.
항상 배려하는 등산 동호회는 초보라도 마음 편히 동행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이 다닌다고 산에서 뛰어 다니지 않습니다. 다들 비슷한 수준이니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되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한걸음씩 전진하시면 됩니다.
기본적인 장비(등산화와 등산복 등)와 간단한 안전수칙만 지키면 산은 정말 많은 것을 우리에게 준답니다. 무엇보다 등산동호회의 장점은 산행하는 동안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에서 장시간 함께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개인이 가진 일상의 고민과 선후배간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는 정말 좋은 소통의 장입니다.
Great Work Place의 기본은 신뢰이고 신뢰는 소통에서 이뤄진다는 말은 한화케미칼 직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동호회 중 가장 소통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공간, 바로 등산동호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