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아~ 나랑 결혼해줘~~~~
지금으로부터 약 한달 전, 한화케미칼 회계팀 차세대 유망주 임대리가 금융팀 대표미녀 주연씨에게 사내방송을 통해 공개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그것도 만인이 지켜보는 사내방송에서…그리곤 같은 회사로 출근하고 같은 집으로 퇴근하는 부부가 됐답니다. 한화케미칼에서는 창사 이래 많은 사내커플들이 탄생했어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직장 동료들. 들들 볶아대는 팀장님에게도 미운 정이 새록새록 쌓이는데 선남 선녀들이 만나 야근까지 하며 삼시세끼를 함께 나누다 보면 정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 아니겠습니까! 무슨 일이든 장단점이 있으니, 사내부부 역시 불편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우선 동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본체 만체하고, 봐도 못본척 하고, 심지어 마주칠 것 같으면 급 턴을 해서 가던 방향을 바꿔 피할 만큼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행동 하나 하나를 더 조심하기 마련이죠.
▲ 복도에서 마주친 김대리와 현진씨. 애틋한 눈길을 주고받으며… 그냥 지나칩니다.
그렇게 공과 사를 구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이번에 회사에서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는 대방종합복지관에서 500포기의 겨울 김장을 하는데 부부동반 참여로 진행을 하며 사내부부들을 콕. 콕. 집어 참여 시켰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모두 부부라 눈치 볼 필요가 없어서 인지 어찌나 손발이 척척 맞는지요, 500포기를 담은 건지 50포기를 담은 건지 뚝딱 뚝딱 겨울 김장을 마쳤습니다.
▲ 이렇게 대책 없이 쌓여있던 배추가~
▲ 커플들이 환상의 호흡으로 속을 버무리길 한시간…
▲ 500포기 금세 완료!
취재 차 나간 저는 김장을 빌미로 사내 커플 두 쌍을 캐보았답니다.
사내연애의 은밀한 유혹
사내부부를 지켜보며 비밀 연애를 하고 있는 사내커플들도 있을 것이고, 맘에 있는 동료 이성직원을 두고 사내연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겠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내부부가 된지 채 한 달이 안 된 커플이나, 5년 차에 접어든 커플이나, 장점과 단점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단, 커플의 분위기만 달랐을 뿐이죠.
▲ 한 달이 채 안된 커플과 5년 차 커플.. 딱 보이시나요?
자, 그러면 사내부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Q. 먼저, 사내부부로서의 단점을 말해주세요~
A. 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게 사내부부 아닐까요?
Q. 무슨 말씀이신지요?
A. 예를 들어, 누구나 피곤하고 아프면 표정이 어두울 수 있는거잖아요. 근데 표정이 조금 밝지 않아도 사내부부란 이유 만으로 이런 질문들이 자꾸 치고 들어와요. “둘이 싸웠어? 무슨 일 있어? 왜 둘이 이렇게 싸늘해?” 아니거든요~
Q. 그쵸, 사내부부라는 타이틀 이전에 똑같은 바이오리듬을 가진 사람인데.
A. 그럴 때도 있어요. 왠만하면 서로 피해다니는데요, 어쩌다 한번 우연히 엘리베이터를 같이 기다리는데 누군가 와서 “뭐야~ 티내는거야? “아는 척 왜 안해요? 왜 둘이 모르는 척해요?” 물어보시는 경우가 있거든요.
A. 그래도 우리 부부의 윤택한 삶과 발전된 미래를 만들어 줄 회사니까, 모든걸 감내해야죠. (웃음)
Q. 부부싸움 할 때도 있을거 아니에요, 그럴 땐 어떻게 해요?
A. 정말 꼴도 보기 싫은데 (웃음)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봐야 하잖아요. 게다가 같이 업무도 해야 하고. 그럴 때 티 내면 안되니까.. 필사적으로 참게 되요.그럴 때면 스스로 생각하죠. 나는 공자의 후손이던가? 노자던가?
A.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남보다도 못한 사이처럼 일부러 피해 다니고 있긴 한데, 가끔 힘들 때가 있어요.
Q. 장점은 없나요?
A. 물론 많죠~~ 이 모든 단점들이 커버 가능하니 사내커플이 좋은거죠~ 우선, 같은 회사를 다니니까 회사 분위기나 문화를 서로 잘 알고, 굳이 이해시켜주려 하지 않아도 이해를 잘 해줘요. 연인이든 부부든 상대방의 입장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처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든든하구요.
A. 서로 다른 팀에 근무를 하다 보니, 저희 팀 말고 아내의 팀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친해질 수 있어서 좋죠. 그리고 어딜 가든 주변 사람들이 다 알기 때문에 서로의 이야기를 수시로 전해 듣게 돼요.
Q. 음… 그건 단점 아닐까요?
A.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러다 보면 의심이나 걱정을 할 일이 없으니까요.
A. 비슷한 맥락에서, 특별 보너스나 성과급 같은 걸 속이거나 딴주머니를 차는 건 아닌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어차피 다 알고 있기 때문이죠.
▲ 도시락 나눠먹는 임대리부부~ 도시락 싸오면 가정경제도 살고,
▲ 남는 시간을 활용해 알콩달콩 산책도 하고~
왠지 부럽네요. 다시 김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양념가득한 김장속 & 야들야들한 절임배추& 촉촉한 수육의 조화로움은 김치를 담궈 본 사람만 알 수 있죠. 김장속만으로는 맵고, 배추만으로는 허전하고, 수육만으로는 느끼하지만 함께 할 때 조화롭게 승화된 그 맛!
김치를 담궈 본 사람은 압니다. 내가 어떤 김치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해야 겨우내 싱싱한 김치를 먹을 수 있는지. 어떤 연애든, 결혼이든 결국엔 해봐야 알고 살아봐야 아는 게 아닐까요? 어머니의 비법처럼, ‘김장담그기’ 레시피처럼 특급정보나 비밀은 아니지만, 사내연애를 꿈꾸고 있고, 진행중인 이들이 있다면, 왜? 나만 힘들어? 나만 이런가? 라는 의문에 ‘저도 그래요’ 라는 공감으로 파이팅 할 수 있는 메시지가 되길 바라며…
추운 겨울 따뜻한 사랑 많이 많이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