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지만 춥다고 집에서만 웅크리고만 있을 수는 없겠죠! 오늘은 직접 기차 타고 전라도를 구석구석 누비며 찾아낸 진짜배기 별미들을 소개드릴게요. 눈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를 타고 저와 함께 겨울 미식 여행을 떠나 볼까요?
언제 보아도 운치있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전해주는 곳, 바로 전주 한옥마을이에요. 하얀 눈으로 뒤덮일 때에는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이곳만의 매력을 전해주기도 한답니다. 소리없이 눈 내리는 한옥마을의 아침, 기와에도 단청에도 겹겹이 눈이 쌓이는 풍경은 정말 멋있지요. 눈이 오는 날 꼭 한번 방문해보세요.
전주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맛의 고장 1번지로 유명한데요. 그 명성답게 비빔밥, 콩나물 국밥, 풍년제과 등 추천해드리고 싶은 맛집이 너무나 많답니다. 오늘은 특별히 조금 생소하지만 정말 맛난 음식을 추천해 드리려해요. 바로 전주에 사는 현지 친구가 격하게 강추한 '피순대'랍니다.
피순대를 먹으려면 한옥마을에서 풍남문쪽으로 나와야 해요. 풍남문 근처 남부시장 골목으로 들어가서 주변에 상인분들께 물으면 가장 유명하다는 조점례 남문피순대를 쉽게 찾을 수 있어요.
검붉은 색에 꽉찬 속이 매우 인상적이에요. 이게 전혀 퍽퍽하지 않고 '촉촉'하다는 것이 포인트에요. 먹으면 왠지 철분을 많이 섭취할 것 같은 건강한 비주얼이에요! 약간 비릿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한입 넣자마자 사라졌어요. 당면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답니다! 제대로 만든 순대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점! 바로 피순대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는 거에요. 깻잎에 초고추장을 찍은 피순대를 얹고 여기에 부추를 살짝 얹어 먹으니 정말 별미였답니다.
전주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두 번째 먹거리는 바로 '쌍화차'에요. 쌍화차, 하면 약국에서 파는 약병에 든 쌍화차를 많이 떠올리실텐데 전주에서는 그것과 비교도 안되는 알찬 쌍화차를 맛볼 수 있답니다. 전통 찻집 '풍경'에 들러 쌍화차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왠 뚝배기가 나왔어요. 제 눈을 의심하며 들여다 보니 바로 쌍화탕이었답니다.
쌍화탕을 먹는데 이곳에서는 숟가락이 필요했어요. 진하게 우러난 쌍화탕에 밤, 은행, 잣, 가래떡까지 들어가 있어 제대로 건강식을 먹는 느낌을 받았어요. 살짝 단맛이 있어 누구나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거에요. 게댜가 얼마나 양이 푸짐한지, 다 먹고 나면 배가 든든해질만큼 넉넉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었어요. 가격은 6천원. 주인 아주머니께서 직접 재배한 약재로 만든다고 하니, 맛과 건강, 가격까지. 전주에 가시면 꼭 맛보세요.
전라선의 종점 여수엑스포역에 내리면 겨울에도 훈풍이 느껴진답니다. 기차역 밖으로 훤히 펼쳐지는 여수 앞바다는 잔잔하고 길거리에는 붉은 동백꽃이 흐벅하게 피어 있습니다. 여름의 활기찬 여수도 좋지만 겨울의 한산한 여수도 운치있게 즐길 수 있답니다.
여수에서 추천드릴 첫번째 별미는 바로 '서대회'에요. 이름이 좀 생소한데요, 서대라는 생선의 회랍니다. 서대회 하나를 주문했더니 이렇게 푸짐한 상차림이 나왔어요. 여수 명물인 갓김치도 보이네요. 전라도에 가면 밑반찬 하나하나도 어쩜 이렇게 맛있을까요?
상 한가운데에 빨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게 바로 '서대회'랍니다. 새콤달콤 양념을 해서 그런지 회냉면에 들어가는 홍어회무침이랑 맛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이 서대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드릴께요.
바로 밥미랑 김이랑 서대회무침이랑 쓱쓱 비벼서 한입 꿀꺽 먹으면 꿀맛이랍니다. 회랑 오도독거리는 무채가 어우러져서 새콤달콤 맛있었던 서대회. 여수 가시면 서대회를 꼭 드셔보세요.
엄마vs아빠, 물냉면vs비빔냉면, 피자vs치킨, 족발vs보쌈, 짜장면vs짬뽕... 숙명의 라이벌들이죠. 그렇다면 '간장게장vs양념게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다면 바로 '여수 게장골목'을 찾아주세요.
이곳에서는 두 종류의 게장이 모두 무한리필이 된다는 놀라운 사실. <두꺼비 식당>과 <황소 식당>이 입소문이 많이 나서 두 식당에는 진짜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더라고요. 게는 손바닥 반만한 큰 게랑 그 절반쯤 되는 작은 게가 섞여 있었어요. 생각보다 짜지 않고,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서 매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건 필수코스겠죠?
순천만, 낙안읍성, 순천 드라마세트장 등 볼거리 많은 순천! 특히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읽은 독자라면 각별한 의미로 다가올 순천과 벌교는 전라남도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겠죠.
사실 저는 국밥 그렇게 좋아하진 않은데요. 이 국밥을 먹는 순간 감동의 눈물이 저도 모르게 주르륵! 아, 소울푸드라는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이곳은 유명 쉐프 에드워드 권이 소울푸드라고 극찬했다는 <건봉국밥>에요. 순천 기차역 앞에 세븐일레븐이 있는데 거기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아래장'에 가는 버스를 타면 됩니다.
다대기를 풀어서 발개진 국물과 정말 끝이 없을 것 처럼 많은 머릿고기들이에요. 정말 신기한게 국물에서 돼지냄새가 하나도 안나더라고요. 그리고 완전 고소한 맛이, 치즈를 먹을 때의 고소한 풍미를 닮았어요. 이런 맛은 처음 느껴봤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사진으로 보이듯 이렇게 머릿고기가 깨끗한 집은 처음이었어요.
사실 머릿고기가 모양이 좀 혐오스러울 수 있잖아요. 근데 여기는 고기가 뽀얗고 깨끗한데다가 참 고소해서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답니다. 칼바람 쌩쌩 부는 겨울에 여행 다니면서 얼어붙은 몸이 다 녹는 것 같은 뜨뜻한 맛이었어요. 전라도 최고 맛집 중 하나라고 감히 추천해 드립니다.
관광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라남도까지 왔는데 빼놓기는 거시기(?)한 광주입니다. 광주에서 저는 난생 처음으로 상추튀김을 맛보았답니다. 상추튀김의 정체가 뭔지 궁금하시죠?
상추튀김이라는 말에 튀긴 상추를 상상하셨나요? 광주에서 만날 수 있는 상추튀김은 상추를 튀기는 게 아니고 튀김을 상추에 쌈싸먹는 것이었어요. 저도 상추튀김의 정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정말 신기했답니다.
상추튀김에 싸먹는 튀김의 정체는 바로 오징어! 사실 상추에 싸 먹는다는 것은 눈이 번쩍 뜨일만한 신세계는 아니었지만 독특한 경험이 된 것 같아요. 상추는 고기 먹을 때만 먹는 줄 알았는데 요렇게 튀김을 싸 먹는 것도 별미더라고요.
구석구석 다녀 본 전라도 겨울 미식여행, 어떠셨나요? 비행기 타고 가는 여행도 설레고 자가용을 타고 가는 여행도 편리하지만, 전라도는 한 번 쯤은 꼭 기차로 여행해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어요. 하얗게 눈 덮인 섬진강가를 따라 덜컹거리는 낡은 무궁화호에 몸을 싣고 달리면서 곳곳의 특별한 음식들도 즐기다 보면 절로 힐링이 되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