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아침에 힘들이지 않고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터키의 풍요로운 정취가 담긴 신선하고 푸짐한 식사가 기다려졌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음식 중 그래도 터키의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비교적 잘 맞는다고 하네요. 물론 유사원의 왕성한 먹성 탓도 있겠지만, 조금 향이 불편한 정도 외에 못 먹을 만한 음식은 없었습니다. (8일간 3kg 정도가 불었으니 얼마나 맛나게 먹으며 돌아다녔는지 짐작하실 수 있겠네요^^;;) 이렇듯 오감을 충족시키는 터키 여행기 4번째 편 시작 하겠습니다!
▲ 무려 ‘아침’식사로 유사원이 주워담은 음식들, 그리고 터키 와인 생산지를 그린 지도
전날 받은 하맘 (터키 전통 목욕 서비스) 덕분인지 한층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도착한 보드룸은 정말 고요했습니다. 분명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상을 빚으며 살아가는 곳임에도 느껴지는 그 고요함은, 이상하리만큼 사람이 드문 산 속 보다 더한 차분한 인상으로 다가오더군요.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그 이유가 뭘까 라고 생각해보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 사실 별다를 것 없지만, 푸른 빛깔의 마력으로 이색을 띄는 보드룸의 빵파는 노점상과 상점
▲ 보드룸 시내 거리의 영화 광고. 뜯어보면 촌스럽지만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져 멋져 보인다.
유럽을 대표하는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보드룸. 유사원이 이 곳 보드룸 느낀 최대 매력은 바로 하늘의 푸른 빛깔입니다. 보드룸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구조물,,그리고 마음 구석구석 까지도 스며들어오는 푸르름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푸른 빛에서 묻어나는 향취가 몸과 마음을 어르며 많은 사람들의 쉼터로 자리잡았을 것입니다.
▲ 푸르다. 그리고 또 푸르다. 그 푸른 빛 속에 안겨 눈을 감고 싶다.
‘목화’ 라는 의미의 ‘파묵’, 그리고 ‘성’ 이라는 의미의 ‘칼레’, ‘파묵칼레’
이 곳에 와서 유사원은 마음먹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생의 마지막을 맞기 전에 반드시 이 곳을 다시 한번 찾으리라는 결심입니다.
▲ 절벽 위의 도시, 히에라폴리스의 부서진 잔해 너머로 보이는 하늘과 산맥의 위용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다가 오는 파묵칼레의 모습은 마치 눈 내린 산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올라서니 보이는 기묘한 색상을 띈, 도무지 이 세상의 모습이 아닌 것 같은 그 모습에 말문이 막히더군요. 이 곳에서 목욕을 하면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에 몰려든 로마시대의 사람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오묘하고도 장대한 파묵칼레의 지면, 그리고 그 위에서 내려다 본 온천
파묵칼레에 대해 묘사하고 느낀 바를 풀어내기에는 유사원의 표현력이 미치지 못한 다는 사실을 새삼 사진들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조악한 폰카메라의 화질로도 이와 같은 사진을 건져올 수 있다는 사실로 표현을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 고대에 이 곳을 바라본 사람이 어찌 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저 빛 줄기를 보라.
▲ 이 곳을 방문했다는 클레오파트라도 저 아이들과 같이 천진난만하게 이 곳을 즐겼을까?
파묵칼레의 장관을 가슴에 품고 돌아온 유사원은 이 날도 정규 일정 이외의 즐거움을 찾아 호텔 주변 시내로 향했습니다. 사실 호텔 내에서 야외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하여 기대했으나, 동내 목욕탕보다 못한 열악한 시설에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단 제가 묵었던 호텔 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호텔의 온천 시설이 비슷한 것으로 보이니 여행을 예정 중이신 분께서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오른쪽과 같은 야외 온천이 있으나, 겉보기만 그럴싸할 뿐 실제로 들어가기 매우 난감하다.
늦은 시간까지도 환하게 불을 밝힌 조그마한 야시장들을 누비는 것도 매우 쏠쏠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시끌벅적 혼을 빼놓았던 그랜드 바자르와는 달리, 정겨운 우리네 전통 시장과 같은 친숙함을 지닌 이 야시장에서 양털 양말과 같은 소소한 물건들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기념품으로 좋은 석류 엑기스 등도 이곳에서 훨씬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더군요.
▲ 작은 규모의 야시장 거리. 청년들로 가득했던 PC 방과 플스방이 조합된 가게가 인상적이었다.
이 날 저녁 몇몇 한국 일행들과 함께한 이 외유의 목표는 사실 터키식 양갈비였습니다! 호텔의 부페도 마다한 체 배낭에 소주와 고추장을 장착하고 양갈비 집을 찾아 나서게 된 것 이죠. 생각보다 비싼 가격으로 인해 다들 한 두 조각씩 맛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지만, 터키 사람들 속에 섞여 노는 묘한 일상의 재미, 그리고 우리의 소주 한 잔이 양갈비의 비린내를 혀끝에서 떠나가게 하였습니다.
▲ 옹기종기 모여있는 양갈비 가게들.. 만만치 않은 가격과 낯선 향을 고려하면 맛만 보는 정도로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하우스(?)가 아니다.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쉬어갈 수 있는 다방
학창 시절 배웠던 창작 기법 중에 ‘낯설게 하기’ 라는 문학적 장치가 있습니다. 익숙한 감각을 무너뜨려 같은 대상을 신선하고 새롭게 부각시키는 것이 그 요라고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한 무리의 외국인이 삼겹살 집에서 흥겹게 노는 것을 신기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 그들은 그들에게 주어지는 시선을 느끼며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담아갈 것입니다. 터키의 양갈비집에서 느낀 즐거움이 파묵칼레와 같은 놀라운 광경에 못지 않은 것은, 이렇게 일상이 낯설음을 통해 다시금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와서겠지요. 이런 낯설게 하기가 반드시 여행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 입니다. 장마와 더위 속에서 지쳐가는 지금, 한번 쯤은 반복되는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심은 어떠할지를 권해보며 터키 여행기 4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 유사원의 터키여행기 복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