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있는 세 가지의 패턴 중 여러분이 자주 하게 되는 말은 무엇입니까?
△ 나는 ~을 원해. △ 현실은 그럴 수 밖에 없어. △ 나는 ~을 해야만 해.
사람은 보통 쾌락주의자, 현실주의자, 이상주의자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위의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보면, 당신이 이 셋 중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신분석학자의 대가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구스타프 융을 꼽을 수 있습니다. 동시대를 살며 깊게 교류했던 두 대가는 학문의 일치를 보았으나 결국, 정신분석에 대한 견해의 차이를 보이고 결별하게 됩니다. 이 두 사람과 성도착증 정신질환을 앓았으나 훗날 아동정신과 전문의가된 사비나 슈필라인의 비밀스런 관계를 다룬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Dangerous Method)’가 2012년에 개봉하기도 했었지요. 그럼, 이 두 학자의 이론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프로이트, 융의 학문적 이론 차이를 풀어낸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
20세기를 열며 프로이트는 “리비도(성적 욕구)”에 의해 인간의 성격과 행동이 결정된다는 획기적인 개념을 제안하며 근대 유럽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도 리비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5~6세 아동은 이성부모에 대하여 근친상간적 성욕이 있다고 하였으며, 강박적 성격 등 비이상적 성격은 5~6세 이전의 아동기 때 리비도를 지나치게 불만족시키거나 만족시킨 결과라고 하였으니 이 개념이 그 당시에 얼마나 파장을 일으켰을지 짐작이 되시죠?
프로이트는 이 성적욕구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마음의 병의 원인과 치유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우리 무의식에는 욕구를 즉각적으로 만족하고자 원하는 마음(원초아)이 있어서 이 욕구를 무시하고 억압하면 불안을 느낍니다. 이러한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어린아이처럼 퇴행하거나 ‘여우의 신포도’ 처럼 합리화하는 등 여러 가지의 방어를 사용하지요. 이러한 방어가 과도할 경우 히스테리 등 마음의 병이 발생합니다.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에서 프로이트 역을 열연한 비고 모텐슨(좌)와 지그문트 프로이드(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억압된 욕구를 의식해야 합니다. 욕구를 온전히 의식할 때 눈먼 사람처럼 하는 애먼 행동을 멈출 수 있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욕구를 만족시킬 수도 있고 통제할 수도 있습니다. 즉, 욕구를 참을 줄도 알아야 하고 현실이 수용하는 방법으로 욕구와 타협도 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 프로이트는 욕구를 알고, 충족시키는 것 이외에, 우리 내면의 초자아(양심)의 목소리에도 적절히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사람은 “욕구”, “현실” “도덕” 의 조화로운 삶을 살아야 하며, 그러할 때 일과 사랑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프로이트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계승한 “융”은 우리 내면의 무의식에는 페르소나, 아니마, 아니무스, 그림자, 자기라는 원형(이미지)이 있다고 했습니다. 페르소나는 사회적 역할을 하는 가면으로서 작용하고, 아니마는 남성 안에 있는 여성성(감수성, 부드러움)으로, 아니무스는 여성 안에 있는 남성성(이성, 힘)으로 기능한다고 하며, 그림자는 드러난 성격(가령 내향적인 사람)의 반대 성격(가령 외향적인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렇듯 우리 외면에 드러난 모습과는 반대되는 여러 요소들이 우리 내면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융에 따르면 우리 무의식은 이러한 요소들이 일종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내면에서 약점을 보상한다고 합니다. 가령 현실에서 지나치게 고매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면 꿈속에서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의 무의식마저 우리를 균형 잡히고 조화로운 삶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이 깨지고 대립에 의한 갈등이 성격을 붕괴시키면 마음의 병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에서 융 역을 열연한 마이클 패스벤더(좌)와 칼 구스타프 융(우)
실제로 프로이트와 융, 이 두 사람은 1906년 첫 번째 만남을 갖고 존경과 우정으로 의기투합했다가 1912년 융이 프로이트의 의견과 크게 다른 내용의 ‘무의식의 심리학 심리학 Wandlungen und Symbole der Libido'을 출판하면서 갈등을 빚게 됩니다. 두 대가가 견해를 달리하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Dangerous Method)의 큰 볼거리이지요. 하지만, 두 대가가 건강한 삶의 기본을 조화와 균형에서 찾고 있습니다.
결국 프로이트와 융에 따르면 건강한 삶의 열쇠는 우리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어느 하나도 무시하지 말고 조화롭게 하는 것입니다. 선호하는 것만 지나치게 추구할 때 우리 내면의 균형이 깨집니다. 그래서 삶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은 때로는 따분하지만 의미 있는 일을 시도해 보고, 냉정한 현실주의자는 한번 망가져도 보고 색다른 시도도 해보며, 이상주의자는 자신의 내면에 도사리는 강력한 욕망을 수용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