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미운 세 살.
Three is company.
유독 3이라는 숫자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일들에 많이 연관되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도 3학년이 제일 힘들었고, 태어났을 때 천사 같았던 아가는 세 살이 되면 꼬마악마로 변하죠. 3.6.9 게임도 3에 걸리면 벌칙을 받잖아요~ 결혼도 3년 차가 되면 신혼 분위기는 사라지고 형제지간처럼 돌변한다던데 (과연 그런가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3년 차 직장인인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입사 첫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도 곱게 하고 아침도 든든히 먹고 여유롭게 출근했는데 아직 다른 분들이 출근하시기까지 한 시간이나 남았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늦게 일어나도 10분이면 모든 준비를 마치고 회사에 SAFE! 하며 들어올 수 있는 경지에 올랐어요.
3년 전 저는 블라우스를 깔끔하게 다림질 해 입던 여성이었는데 이제는 옷을 살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물빨래 가능한가, 드라이클리닝 맡겨야 하는가? 구김이 가도 티가 나지 않는 옷인가?’라는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죠. (혹시 공감하시는 분 계신지요.)
예전엔 과장님이 부르시면 “예! 과장님!”하며 벌떡 일어나 과장님의 책상 모서리에 서서 메모지를 들고 경청의 자세를 취했던 저인데 왜 오늘 부르셨을 때는 일어서기는커녕 의자를 질질 끌고 과장님 자리까지 굴러갔던 걸까요. 복도에서 지나치는 사람이 누구든 간에 90도로 인사하며 “안녕하십니까!”를 외치던 그 신입사원은 이제 편해졌는지 목례와 눈웃음으로 때우고 있습니다.
입사 후 첫 보고서, 다섯 번은 읽어보고 프린트해서 또 읽어보고 선배에게 확인 받고 그제서야 팀장님께 보여드렸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이전에 만들어놓은 자료에 내용만 새로 얹히면 보고서야 껌이죠~ 나중에 발견되는 오타는 그냥 애교로 봐주실 거라는 생각은 너무 뻔뻔한가요? “이 건은 누가 진행할래?”라고 팀장님이 물어보시면 “예! 제가 해보겠습니다!”라고 패기 넘치게 답변하던 저인데, 이제는 팀장님 눈 마주칠까 땅만 보고 있어요.
돌아보니 저는 게으름이 극에 달한 귀차니즘에 빠진 3년 차.
열정과 패기는 사라졌으며 버르장머리라곤 찾기 힘든 3년 차.
매너리즘에 빠져서 집-회사-집-회사-집을 반복하고 있는 3년 차.
소위 말하는 위기의 3년 차 직장인, 그게 바로 저였어요!
이런 저의 모습을 깨닫게 된 이상 이대로는 안되겠어요.
얼른 이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Crisis Management Plan이 필요합니다.
Crisis Management Plan이 뭐냐고요? 아직은 없지만… 앞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드리머 여러분들과 함께 찾아보려 합니다. 아무래도 혼자 하는 것 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다 보면 제 자신에게 더 솔직해질 수 있고, 또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저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 3년 차 동기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앞으로 저의 이야기를 함께 해주시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