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막 찐 고구마와 감자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만화책을 보며 집에서 뒹굴고 싶은 날.
5분만…5분만을 외치며 버틴 게 벌써 5번째,
이번에도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분명 지각이기에
억지로 일어나긴 했지만 쌀쌀한 방 공기에 다시금 이불 속으로 숨게 되는 날.
묵혀둔 코트며 목도리며 장갑이며 다 꺼내어 온 몸을 칭칭 감싸고 길을 걸어도
칼 바람에 몸을 웅크린 채 행여 얼음에 미끄러질까 아장아장 걷게 되는 날.
바로 그런 날의 연속, 겨울이 되었습니다!
겨울에는 보통 꿈쩍도 않고 집 밖엔 나가도 않는 분들이 계신데요, 이런 때 일수록 몸을 자꾸 움직이고 운동을 해야 더욱 건강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그래서 저는 “겨울맞이 자체 체력보강 훈련”을 위해 설악산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설악산 대청봉 등반은 여러 코스가 있는데 그 중 초보자에게 적합한 코스는 백담사코스랍니다. 백담사코스는 백담사 입구인 용대리 백담마을에서 시작하는 코스로, 백담마을에서 백담사를 가기 위해서는 약 20분 정도 미니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합니다.
백담사까지는 약 6km 정도로, 도보로도 이동이 가능하지만 좁은 길에 버스가 자주 다니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설악산 자락에 묻혀있는 백담사는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피해 머물며 명소가 된 듯 합니다. 고즈넉한 풍경과 흙, 나무냄새가 어우러져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낍니다.
등산을 앞 둔 등산객들과 사찰을 찾아온 신자들로 약간은 붐비는 이 곳 백담사를 뒤로하고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하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 돌탑의 행렬입니다. 백담사 앞으로 흐르는 계곡에 자리잡은 이 돌탑들은 누군가의 염원을 담은 채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것일까요? 정성스레 조심조심 쌓아진 돌탑을 보며 그들의 작고 큰 소망들이 이루어지길 저 역시 마음속으로 간절히 청해보았습니다.
이 계곡을 걷는 길이 백담사코스입니다. 가파르지 않아 편안한 산책로 같죠? 이런 이유로 저와 같은 초보자들이 많이 애용하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흐르는 계곡을 벗 삼아~ 종종 울려 퍼지는 새소리를 노래 삼아~! 즐겁게 등반하실 수 있어 더욱 즐거운 코스이기도 하죠^^
백담사코스의 또 하나의 재미는 언제든 지친 몸을 쉬게 할 수 있는 계곡이 있다는 것입니다. 에메랄드 빛의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등산의 피곤함이 싹~! 물은 또 어찌나 시원한지, 정신이 번쩍 들 정도고요. 가만히 앉아서 계곡물에 반사되어 보여지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자~ 이제 잠시 휴식을 취했으니 힘을 내서 다시 한번 올라가 볼까요?
백담사에서 시작한 산행은 영시암을 거치게 됩니다. 이후 영시암을 거쳐 봉정암에 이르는 길 또한 저 같은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내 큰 고비가 하나 있습니다. 봉정암 도착 직전에 있는 공포의 깔딱고개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깔딱고개를 넘으면 정상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요~ 정상에 있는 사자바위를 오르면 지금까지의 고생은 단번에 보상받을 수 있을 정도로 장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자바위에서 바라보는 용아장성의 모습은 ‘용의 이빨’이라는 뜻의 용아라는 이름 그대로, 날카로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뽐내고 있습니다. 설악산 최고 비경 중 하나라는 용아장성은 공룡능선과 함께 설악산의 대표적인 암봉 능선입니다.
바위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산세는 등산객들을 설레게 하지만 추락사고 등의 여러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출입금지가 되긴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아장성 등반이 평생의 소원이라는 등반가들을 보면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능선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사자바위에서 약 200m 이동하면 만나는 곳이 봉정암입니다. 만약 1박을 하실 생각이시라면 봉정암에서의 1박을 추천합니다. 절에서 든든한 아침을 드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다음 이동경로인 대청봉이 꾀나 험난하기 때문에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등반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청봉에 이르기 전, 소청봉을 오릅니다. 막 얼굴을 드러낸 태양이 눈부시게 아름답네요! 이곳 소청봉은 하산 코스와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코스의 갈림길이 있는 곳입니다. 마음은 당장 내려가고 싶지만 목표인 대청봉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소청봉에서 중청봉으로, 그리고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설악산의 대표적인 장관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취해 오르다 보니 어느새, 설악산의 정상인 대청봉을 만났네요! 대청봉을 가득 매운 수 많은 인파 속에서 인증샷은 필수 아니겠어요~?
산의 정기를 가득 받고 이제는 하산해야 할 시간입니다. 다시 소청봉까지 내려와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을 하였습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한 암봉들을 눈으로 감상하며 걸음을 재촉하여 하산했습니다.
어느덧, 길게만 느껴졌던 2012년도 이제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올 겨울 설악산의 정기를 듬뿍 받아 건강한 겨울나기를 하시는 건 어떠세요?
빨갛게 물든 10월의 설악산은 그 아름다움이 빼어나기로 유명하다죠.
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양한 꽃들과 나무들이 있어서인지, 예뻐도 너~무 예뻐!!
그렇다면 잠시 설악의 단풍과 함께 단풍이 드는 원리를 설명해 드릴게요^^
기후의 변화로 식물의 녹색 잎이 빨간색, 노란색, 갈색 등으로 변하는 현상이 바로 ‘단풍’입니다. 나뭇잎을 붉게 만드는 원인은 안토시안(anthocyan)의 생성에 있는데요~ 이 안토시안은 식물의 꽃, 열매, 잎 등에 나타나는 수용성 색소입니다. 가을의 저온과 강한 자외선에 의해 잎의 세포에 함유되어 있는 엽록체의 작용이 쇠퇴해서 엽록소가 분해하기 시작하면, 이 안토시온이 생성되기 시작하는 것이죠! 안토시안의 생성이 활발할수록 더욱 진하고 예쁜 단풍잎을 만나게 되는 것이랍니다.
-참고문헌 -
설악산 |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