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하면 다들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동해안? 설악산? 워터피아? 리조트? 활어회?
바다에 들어가는 것보다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더 좋은 나이가 된 시점에서
이번 휴가를 이용해 속초를 제대로 맛보고 왔습니다. 보통 맛 기행이라고 하죠?
이번 여행 동안,
아름다운 풍광에서 맛있는 음식이 주는 즐거움은 저에게 큰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컨셉이 맛 기행인 만큼, 인터넷 및 지인들의 소개를 통해 맛 집들을 엄선하여 지도에 표기하였습니다. 한 장에 정리하니, 깔끔하니 보기 좋군요. 실제로 이동 중에 찾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욕심을 부려 맛 집들을 많이 표시를 해놨는데요. 절반 밖에 방문하지 못했답니다. 지도상 위에서부터 물회와 성게알밥으로 유명한 ‘봉포머구리집’,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해 풍광이 좋은 ‘Jenny’s Café’, 각종생선구이와 된짱찌게가 맛있는 ‘동명항숯불생선구이’, 자연산 회만 취급하는 ‘동명항회센터’, 곰치탕으로 유명한 ‘옥미식당’, 지하회센터, 씨앗호떡, 닭강정으로 유명한 ‘중앙시장’을 방문했습니다.
속초 지역 맛집 List-Up
1. 봉포머구리집
영랑호 초입에 있는 봉포머구리집은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번호표를 뽑으니, 대기인원 30명… 1시간 정도를 기다렸습니다. 평일이라 사람이 적은 것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바로 옆에 바다가 있어서 파도를 보고 있으니 시간이 잘 갔습니다. 머구리는 잠수부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물회는 성게알, 해삼, 비단멍게, 오징어, 각종 잡어회와 세꼬시 등등 다양한 해산물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새콤달콤, 시원 짭짜롬한 것이 제가 이제까지 먹어본 물회 중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물회를 반쯤 먹다가 같이 나온 소면을 넣어서 비벼 먹으면… 오~ 환상! 1시간 기다린 것이 아깝지 않을 맛이었습니다. 반찬들 중 특이한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요, 이름을 잘 모르겠습니다. 옥수수를 팥과 함께 달달하게 졸였는데, 꼬들꼬들한 맛이 별미였답니다.
성게알밥은 성게알과 함께 김과 콩나물이 들어가 있습니다. 공기밥을 넣어 쓱쓱 비벼 먹으면, 성게알의 바다향 가득한 진녹한 풍미와 굵은 콩나물의 아삭거림이 잘 어울어집니다. 성게알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먹어보긴 처음이었어요.
2. Jenny’s Café
이 까페는 해안도로와 바로 맞닿아 있어, 바다가 바로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 곳은 누구의 소개로 간 것이 아니라, 옥미식당에서 곰치국을 먹고, 해안도로 트래킹을 하다가 힘들어서 잠시 쉬기 위해 그냥 들어간 카페였는데요. 너무 예쁜 풍광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시원한 바다와 파도소리가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어주는 듯 했어요 또한, 커피는 맛할 것도 없거니와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쿠키 또한 맛있었어요.
사진으로밖에 까페의 아기자기한 풍광을 전해드리지 못해 참 아쉬운 듯 해요. 저는 테라스 자리에 앉았는데요 창문이 없어 탁 트인 느낌과 함께 바로 앞의 바다를 직접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가슴 속까지 뻥~ 뚫리는 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마치 바다와 하늘이 이어진 듯 했는데요, 바다 위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랄까요?^^ 까페는 전반적으로 나무느낌이 많이 납니다. 통나무 오두막 같은 느낌이랍니다.
예전에는 바다를 보면 그냥 막무가내로 뛰어들고 싶었는데, 요즘은 그냥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더 좋아졌습니다. 햇빛의 양에 따라 연한 녹색에서부터 검푸른 색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색상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3. 동명항 숯불생선구이
이 식당의 좋은 점은 생선을 구워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생선을 알맞게 잘 구워서 무쇠 판에 따뜻한 상태일 때 내어 주시는데요, 생선의 종류는 8가지 정도 되었고 기름진 생선에서부터 담백한 생선까지 골고루 먹어볼 수 있었습니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야들야들… 생선구이가 거기서 거기겠지 하는 마음으로 식당에 들어왔는데, 기존에 생선구이와 맛의 깊이가 달랐답니다. 싱싱한 제철 생선을 바로 앞 바다에서 잡아 숯불에 구워 먹으니 맛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하겠죠? 요 생선구이를 해물 된장찌개와 함께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었어요.
여기서 잠깐!! 사진 찍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 먹기 전 음식 사진 찍는 것을 빼먹었어요. 다 먹고 나서 아차 싶었답니다. 맛있는 음식을 보여드리지 못해 너무 아쉬운데요 그래도 속초의 맛집 중 맛집이니 기회가 되신다면 꼭 맛 보세요!
4. 동명항 활어회센터
동명항은 자연산 활어만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 한데요, 그래서 근처의 대포항, 외옹치항, 중앙시장보다 회값이 조금 더 비싼편이라고 합니다. 여러 가게 중 지인의 추천으로 삼성상회 10호를 찾아갔습니다. 약 5만원에 전복치를 포함한 각종 잡어 5종과 비단멍게, 꽃새우, 성게(알), 오징어, 백골뱅이 등등 각종 해산물을 골라 주셨는데요 횟감들이 다들 펄떡이고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바로 그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 렇게 고른 해산문들을 회센터 안쪽에 활어 손질을 전문으로 하시는 아주머니들께 횟감 가격의 10%를 드리고 회를 뜬답니다. 여기서 야채 및 양념류도 살 수 있어요. 저는 여기서 포장을 해서 콘도로 돌아가서 편하게 먹었습니다.
5. 옥미식당
곰치는 원래 물텀벙이라고 하여, 옛날에는 먹지 않고 버리는 생선이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최고의 해장 메뉴로 각광받으면서 어획량이 부족할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 옥미식당 주인 할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니 근방에서 곰치가 안 잡혀서, 경상도까지 내려가서 곰치를 구해오신다고 하네요. 제가 방문한 날 전날까지만 해도 곰치가 없어서 못팔았다고 하셨어요. 주인 할머니께서 오전에 들어온 곰치를 손질하고 계셨습니다. 참 징그럽게 생겼는데, 참 맛있어요!
옥미식당은 전국 최고의 곰치국집으로 평가받는 집답게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이 집 곰치국을 먹은 순간, 아~ 서울에서 먹던 곰치국은 곰치국이 아니라 김치국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실제로 서울에서 파는 대부분의 곰치국에는 김치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 집의 곰치국은 “곰치+무+파+고추가루” 이외에 들어간 것이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지… 맹맹한듯 간이 약하면서 적당히 얼큰하고, 시원한 맛… 어제 과음을 할 껄 하고, 후회될 정도의 맛입니다.
엄청 큰 두 덩이의 몸통살이 들어가 있고, 상단에는 곰치애(내장)가 넉넉히 올라가 있습니다. 곰치의 살은 금방 손질한 곰치여서 그런지 입속에서 야들야들, 부들부들 하다가 순식간에 녹아버립니다. 곰치애는 큰 덩이를 한 입에 다 털어 넣으니 안키모(아구간)와 비슷한 맛이납니다.
6. 중앙시장
중앙시장은 1층의 닭강정 골목, 지하에 회센터로 유명한 곳이예요. 저는 중앙시장에서 닭강정, 씨앗호떡, 문어숙회와 전복회를 사먹었답니다.
우선 닭강정은 제일 유명하다는 만석 닭강정에서 한박스 먹었는데요. 이상하게 따뜻한 것보다 조금은 식은 상태가 더 맛있었습니다. 닭강정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씨앗호떡입니다. 닭강정 골목 끝머리쯤 있는 씨앗호떡 집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 찾기가 쉽습니다. 한 개에 900원인데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안에 호떡 꿀과 씨앗및 견과류가 잘 어울어집니다. 반죽자체에 소금간을 했는지 짭짤한 맛이 나면서 느끼함을 없애줍니다.
지하 회센터에서는 문어를 판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회대신 문어숙회와 전복회를 먹었습니다. 문어는 작은 것이 2만원부터 시작합니다. 문어가 어찌나 활발한지 자꾸 길바닥으로 기어 나옵니다. 문어를 사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삶아 주십니다. 바로 삶은 문어를 먹는 맛이란… 살살 녹아요…아무것도 안 찍어 먹어도 맛있어요.
이번 속초 맛기행은 6군데 맛집을 탐방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는데요, 만약 다음에 기회가 된 다면 못 돌아본 맛집들을 더 돌아봐야겠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몸도 마음도 제대로 충전된 기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설악산에서 찍은 사진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저 멀리 설악산에서 바라보이는 동해바다가 보이는 데요 제가 너무 편해보이는 자세죠^^;; 하지만 당시 상황은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하고 있어서 설악산에도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답니다. 난생처음 맞아보는 엄청난 바람이었습니다. 강풍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살에 닿는 빗방울이 아플 정도였으니까요. 모두들 속초의 맛있는 음식드시고 힘내셔서 설악산 등반 하시는 거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