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실수와 잘못들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새로운 한 해의 소망, 다짐, 그리고 목표를 세우며 설랬던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오늘 아침 출근해서 탁상 위 달력을 보니 이제 곧 달력이 1장 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요. 벌써 2013년이 다 지나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올 한 해를 돌아보니 그래도 개인적으로 문화생활을 참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전시회나 미술관을 가는 것 외에도, 지인들이 소개해준 아티스트들을 찾아보고 공부를 했었답니다. 오늘은 그 중 가장 좋아하게 된 아티스트 한 명을 소개하려 해요. 일상과 예술, 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사진작가이자 개념미술가인 프랑스 대표 예술가, '소피 칼'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 소피 칼 (출처: www.woohaa.com)
소피 칼은 제게 ‘예술은 이해하기 어렵 고, 추상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준 예술가로 올 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답니다. 친한 지인이 소개해줘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직접 가지는 못해 아쉬움이 컸답니다.
▲ 소피칼 '잘 지내기를 바래요 展'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
(출처: http://www.perrotin.com/Sophie_Calle-works-oeuvres-12963-1.html)
개인전에서는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현대미술의 새장을 열었다고 호평 받은 '잘 지내기를 바래요(Take care of yourself)' 중 7점이 전시됐었다고 해요. ‘잘 지내기를 바래요’는 2004년 작가의 남자친구가 헤어지자는 내용을 이메일에서 보내며 쓴 마지막 글귀였다는데, 정말 기가 막힌 발상인 것 같아요.
이별의 아픔을 예술에 적용시켜 유명해진 아티스트라니. 소피 칼은 이 문장을 남자가 여자에게 보내는 이별 편지의 전형적 특성이라고 생각했고, 지인과 유명인 등 다양한 여성 107명에게 이 이메일을 각자의 방법으로 해석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해요.
▲ 소피칼 '잘 지내기를 바래요 展' 작품 중에서
(출처: http://www.perrotin.com/Sophie_Calle-works-oeuvres-12963-1.html)
작업에 참여한 여성들은 UN 여성인권 전문가, 그래픽 디자이너, 동화작가, 기자, 판사, 댄서, 가수, 작곡가, 외교관, 범죄학자 등으로 다양한 직군이었고, 편지의 내용은 논리적으로 분석되기도, 책으로 출판되기도, 춤이나 노래로 표현되기도 했답니다.
개인전에 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은 그녀의 책을 읽으면 조금 풀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증폭되었답니다. ‘진실된 이야기’는 그녀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엉뚱한지, 얼마나 감성적인지, 또 동시에 얼마나 용감한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 책의 매력은 ‘옮긴이의 말’에서도 나와있듯, 사실인지 허구인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나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에 대해 이토록 궁금해한 적이 없었는데요. 소피 칼이란 아티스트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게 하는 책. 책은 얇지만 그 깊이는 절대 얕지 않답니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점을 지키는 아티스트에 목말라 있다면 그녀를 강추합니다!
석 달 동안 중국으로 떠나는 한 남자와 결혼을 할 뻔했다. 석 달은 길었다. 사랑하는 이가 눈앞에서 떠나버린 그런 약혼녀처럼, 나는 그가 떠나는 시간에 공항의 활주로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그는 바로 비행기에 탈 것이고 나는 계류장에 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가 없는 피로연이 열릴 것이고, 나는 신혼의 밤을 홀로 보내기 위해 집으로 올 것이다.
예식날은 2000년 10월 7일로 정했다. 공항 기관과의 협상, 시장의 동의서, 허가서, 증인들, 드레스,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거의 모두. 그러나 예외를 거부하는 검사의 편지가 도착했다. 결혼은 시청에서만 거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법에는 두 가지 예외 조항이 규정되어 있었다. 신랑, 신부 중 한 사람이 죽음에 임박하여 위급한 상황인 경우 병원에서, 혹은 수감자를 위해 형무소에서. 선택은 시청, 죽음, 감방이다. 평범하거나 비극적이거나 혹은 급진적이어야 한다. 10월 7일 나는 그래도 한번 드레스를 입어보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결혼식을 단념하기 위해 그를 따라 공항에 나갔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돌아왔다. 예상했던 대로.
▲ Sophie Calle, Dream Wedding(꿈의 결혼식), 2000
(출처: http://www.artsrn.ualberta.ca/aoki/Teaching/objet_a/urine/Calle/Calle2.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