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유럽 여행길에 오른 한국인들이 가장 볼멘 소리로 불평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물과 화장실에 대해 돈을 받는다는 사실이라고 합니다. 사실 큰 돈이 드는 건 아니지만, 생각지도 않은 돈이 드는 것에 대한 심리적 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가이드 역시 되도록 무료 화장실을 찾아 안내를 해주곤 했지만, 생리현상이라는 것이 꼭 때맞추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간혹 돈을 내야 할 상황이 발생하곤 했지요. 재미난건 터키에서는 이 화장실 요금까지 흥정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몇 백원 정도 되는 돈을 아껴서 부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안 내도 될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에 다수의 한국인이 화장실 앞에서 불쌍하고 급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는 건 나름의 재미, 한편으로는 ‘에구 저럴 것까지 있나” 하는 씁쓸함을 주었습니다.
▲ 터키 안탈리아 시내의 유료 화장실 표지판. 표지판 아래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야릇한 미소로 입장료를 요구하며 손을 내민다.
전날 오전에 방문한 보드룸에서의 시간이 길지 않았기에, 안탈리아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여행의 끝을 향해 다가가는 시점에서 어느 정도 터키 사람들이 풍기는 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함께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익숙해졌기에 한층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 저곳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역시 이러한 기대를 더했습니다.
▲ 푸른 하늘을 향해 솟은 안탈리아의 상징, ‘이블리 미나레’ 그리고 지중해의 정취가 물씬한 칼레이치 요트항
안탈리아의 관광 패키지 옵션에는 유람선 관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유사원은 사전 검색 결과 유람선 관광이 ‘통통배’ 수준에서 진행되며, 가격에 비해 큰 볼거리가 없다는 결론은 내리고 그냥 항구 주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녀온 관광객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역시 크게 볼거리는 없었다고 하니 이를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 안탈리아의 통통배. 싼 가격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지중해의 물살을 느껴보고 싶다면
▲ 항구를 둘러싼 성벽,,그리고 터키 하면 떠오르는 악마의 눈(나자르 본주)
안탈리아는 예로부터 풍부한 어획물과 오렌지, 올리브, 바나나 등의 생산량이 풍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풍족함의 배경이 된 날씨와 자연환경, 그리고 고대 헬레니즘 문명으로부터 로마, 셀주크, 오스만 제국을 거쳐오며 축적된 다양한 유적 들이 어울어진 결과, 오늘날에 이르러 멋진 휴양지로 그 명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이죠.
▲ 유리 장식장 안에 놓인 생선. 이렇게 가둬놔서 인지 항구 도시 특유의 생선 비린내를 그다지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저 흘러 넘칠 듯한 오렌지를 보라!
▲ 색색이 예쁘게 쌓아 올린 각 종 향신료와, 한국의 붕어빵 노점를 연상시키는 깨찰빵 노점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을 연상시키는 칼레이치 선착장을 안쪽으로 구불구불 늘어선 각 종 식당과 여관들. 칼레이치 구시가지는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화보처럼 나올 수 있는 예쁜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분명 명동 이상으로 관광객으로 북적임에도, 산만하고 정신 없는 인상을 주지 않는 차분하고 아늑한 인상을 주더군요. 아마 그 차이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여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 민화풍의 그림을 파는 할아버지. 사실 사진 촬영하는 것에 대해 화내고 있는 모습이다;;
/ 길가에서 터키 전통 보드게임 즐기는 아저씨들. 한국에서 바둑 두는 아저씨들이 보여주는 바로 그 장면
▲ 칼레이치 구 시가지의 정경 그리고 한가로운 개
유사원이 터키를 여행한 1월은 적절히 쌀쌀하지만 우기에 속해서 비가 자주 온다고 합니다.그러나 본인의 별명이 ‘Shiny’ 라며 자기만 믿으라던 가이드의 효과가 진짜 있었는지 항상 날씨가 좋은 행운이 있었습니다. 또 한가지, 가이드가 전해준 믿거나 말거나 스토리는 ‘안탈리아의 개들이 유독 한국인을 좋아한다’ 에 대한 것 이었습니다. 겉은 웃었지만 속으로 ‘뭐야 이건’ 이라며 그냥 흘려 들었던 유사원인데,, 칼레이치 거리에서 만난 동네 개가 거의 2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유사원의 일행을 계속 쫓아오는 것을 보며 ‘정말 그런가’ 라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유사원 일행이 특별하게 고기나 과자를 들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두고 보면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 칼레이치 구 시가지의 골목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의 축복과 환호를 받으며 웨딩 촬영하는 커플들
안탈리아에서 걷는 한 시간 남짓의 시간과 출퇴근길의 한 시간의 차이. 반복 속에서 마치 잃어버린 시간처럼 기억 속에서 사라진 매일의 한 시간들 그리고 짧지만 아직도 은은하게 남아 있는 그 거리에서의 한 시간. 사람이 오래 산다는 것, 혹은 행복하게 산다는 것의 척도를 만약 마지막 순간에 남아있는 좋은 기억의 분량으로 둔다고 생각해보면 이런 여행을 보다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휴가철 좋은 사람들과 뜻 깊은 시간 속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시길 바라며 다음 여행기에서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