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생각에
잠
못이뤄
- 하상욱 단편 시집 ‘출근’ 中에서 -
이 시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다음 날 눈을 뜨면 출근하는 것이 싫어서 늦은 밤까지 잠 못 들고 소일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그 마음에는 내일 하루 업무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에 대한 바람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늦은 밤 활동은 자유를 얻게 하기는커녕 다음 날 피곤하게 할 뿐이지요. 이와 같이 일상적인 경험에서 보듯 우리가 살다 보면 원하는 것은 있지만, 무심코 그 원하는 것과 반대되는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와 반대되는 사례로 지난해 4월에 방영된 힐링캠프 박진영편을 기억하세요? 17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만의 규칙을 지키며 생활하고 있는 박진영의 일상이 공개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박진영은 무대에서 마음껏 춤추고 노래하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 일상의 자유를 포기했다고 말해 자기관리와 계획과 실행의 충실한 삶을 예찬하기도 했습니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자료출처: SBS 힐링캠프 화면 캡처)
철저한 계획과 실행으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 즐기고 있다는 박진영
박진영처럼은 아니지만 우리는 어떻게 해야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현실치료의 창시자인 William Glasser의 견해를 참고할 만합니다. William Glasser는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바람에 따라 내적 세계를 창조한다는 기본적 가정 하에 출발, 현실치료의 상담방법으로 WDEP를 제안하였습니다.
그럼, William Glasser 박사의 WDEP를 알아볼까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을 원하는 지를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알아야 합니다. 긴장과 압박감 속에서 바쁘게 살다 보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의 각박함이나 주변 사람의 기대로 인하여 내가 원하는 것들을 무시하기도 합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런 상황 속에서 나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필요한 질문입니다.
선뜻 원하는 것이 떠오르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은 던져도 좋을 것입니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답변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 나는 인간 관계 속에서 무엇을 추구하지?
- 가정, 친구 또는 직장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고 얻기를 원하지?
- 나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지
- 내가 원했던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실행한 행동을 생각하는 단계입니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생각과 느낌이 아니라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성찰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나는 실제로 지난주에 무엇을 했을까?
- 나는 내일 무엇을 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보통 자신의 행동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아서 귀찮기도 하고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행동의 결과가 어떠하였는지 찬찬히 살펴 보는건 어떨까요? 행동의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러한 결과에 작용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찾아 봅니다. 이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하여 무엇을 변화해야 할 지 알려주는 단서입니다. 또한 이러한 행동의 결과는 타인에게도 해로워서는 안됩니다. 타인에 대한 해로운 행동은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유해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평가 과정 중에서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라고 하는 자기정당화는 피해야 합니다.
변화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두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괜히 변화를 시도했다가 본전도 못 찾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이 들수록 실천하기 용이한 작은 계획을 세워 성취경험을 쌓아 나가야 합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취 경험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증진시키는 강력한 도구라고 합니다.
거창하거나 복잡한 계획을 세웠다가 계획만 세우고 1년을 보내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우리의 속담처럼 실천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계획을 세워 보세요.
계획은
- 자신이 원하는 바와 연관되어야 합니다.
- 이해하기 쉽고 간단해야 합니다.
- 실행이 가능해야 합니다.
- 즉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결과보다는 과정에 중심을 두어야 합니다.
- 자신의 능력과 동기에 맞아야 합니다.
- 주변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나 이번에는 담배 진짜로 끊을거야! 나 담배 피는 거 보는 사람한테는 무조건 만 원씩 준다!!”
새해에는 이런 흡연자들의 공표를 심심찮게 듣게 됩니다.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벌금을 무는 경우도 종종 보지만 이렇게 공표함으로써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는 강한 의지를 가지게 됩니다. 이렇듯 계획은 ‘몇 일 몇 시에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 정도로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기록하고, 여러 사람 앞에 이를 공표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속력이 생겨 계획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니까요.
실천 후에는 재평가를 꼭 하시기 바랍니다. 계획은 늘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실패할 것이 두려워 아무런 계획과 실천을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실패하더라도 변명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다만 결과를 직면한 후 다시 새롭게 시도하는 것입니다.
이상의 Glasser 박사의 WDEP 방법은 일견 상식적이고 단순해 보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과 배치되는 행동을 찾아내고 변화시키는데 강력한 방법입니다. 무심코 자신에게 손해를 주는 행동을 찾아낸다면 여러분의 삶은 조금 더 만족스러워질 것입니다. 이러한 만족을 원하신다면, 우선 작은 바람과 그와 관련된 행동을 찾아보는 것부터 즉시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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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현실치료 상담에 대한 이론적 탐색 (추정선, ‘01.1.20.)
현실치료와 욕구충족의 자기평가(김영재, ‘94.6)
현실요법(최해림, ‘83.9)
현실치료적 집단상담의 이론적 고찰(이현림, 김영숙, ‘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