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는 연휴의 마지막 날, 설 음식으로 한껏 배를 불린 유사원은 무수히 찍은 사진들을 넘겨 보며 아직 코끝에 감도는 로즈오일의 향기를 떠올려 봅니다. 예정 없이 떠난 여행이란 이렇게 한 방울만으로도 방 안을 아득하게 휘어 감싸는 로즈오일 향 같은 강렬한 기억을 남깁니다.
유난히 심술궂던 겨울, 추위에 마냥 움츠리던 유사원은 모 쇼핑 게시판에서 ‘터키일주 8일 패키지 다시 없는 초특가 xxx원!’을 발견하고 이불을 걷어차게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 가보지 못한 유럽에 대한 아쉬움, 반복되는 일상 속 간절했던 리프레쉬, 그리고 매력적인 가격! ‘팀장님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예정에 없던 “터키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효도관광 오신 어르신 부부들, 그리고 수더분한 아주머니들과 함께하는 강제 쇼핑과 스치듯 지나가는 관광지들’. 이것이 어쩌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패키지 여행에 대한 이미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여행초보 유사원에게 이번 패키지 여행은 정말 효율적이고 알찬 선물이 되었습니다. 터키의 좋은 치안과 아직은 받쳐주는 체력 덕에 낮에는 관광지 여행, 밤에는 터키인의 일상을 느껴보는 자유여행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었기에 그러합니다.
처음엔 유사원 역시 공항에 들어서서 마주친 패키지 여행의 필연적인 동반자 아주머니들과 어르신들에게 시큰둥했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선 이러한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매일 마주치는 직장 동료, 친구들에게서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친밀감과 유대감이 터키를 누비는 동안 싹트고 자라, 지금은 아련하고 따뜻한 추억으로 맺혀있으니까요. 역시 사람이 사람을 떠나 살 수 없는 것처럼, 여행도 사람을 떠날 수 없나 봅니다.
사실 빠듯한 일정 속에서 살아가는 직장인이 배낭 하나 짊어지고 떠도는 운치를 누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한화케미칼과 같은 멋진 휴가제도가 정착된 회사가 아니고서는 유럽 여행이라는 말 자체가 사치인 것이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현실이니까요. 일일이 계획하고 챙기고 공부하지 않아도 손쉽게 떠날 수 있는 패키지 여행, 여행에 익숙지 않은 초보 여행자에게 추천합니다!
터키 여행 중에 유사원이 가장 잘 챙겨왔다고 생각했던 것은 다름아닌 음악이었습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챙겨가는 음악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유독 터키의 풍경과 잘 어울렸던 음악 덕에 여행의 즐거움이 몇 배가 되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짧게나마 추천을 남깁니다. 추천하는 음악은 일본 핑거리스트 기타리스트인 오시오 코타로(押尾コータロー )의 모든 앨범입니다.
<사진출처: 오시오 코타로 홈페이지>
오시오 코타로의 Wind Song 듣기 -> http://bit.ly/Y4GQWi
오시오 코타로의 대표곡 중 하나인 ‘바람의 시(Wind Song)’는 장교동 한화빌딩 앞 청계천에서 거리음악가들도 가끔 연주하기도 하지요. 그의 음악은 굳이 골라 듣지 않아도 정확히 터키 풍경을 묘사하는 멜로디와 리듬을 들려줍니다. 정말 버스 창밖에 스치는 장면 하나하나 조차 영화처럼 안기는 마술을 부리더군요. 터키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혹은 다른 멋진 여행지로 떠나시는 분들이라면 꼭 챙겨가시길 권해봅니다.
아직 터키에 고개를 내민 이야기 조차 꺼내지 못했는데 여행기 1편이 마무리 되어갑니다. 하지만 제 여행기는 사실 여행지로서의 터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직장인으로서 다녀온 터키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더 뿌듯한 마음으로 다음 이야기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여행기에서도 ‘패키지에 따라나선 초보 여행자’, 그리고 ‘초보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여행과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니 읽는 분들의 많은 공감과 생각 부탁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본편에서는 남기기는 애매한, 그러나 유사원의 기억에는 또렷이 남아 있는 3가지를 사진으로 남기고 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