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뒤풀이로 자장면 한 그릇이면 족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의 매서운 칼 바람을 맞으며 운동장에서 졸업식을 마치고 부모님과 먹던 자장면의 따뜻한 면발은 아직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제 입맛이 변해서일까요? 밥 먹기 싫을 때 아이들 데리고 나가 먹는 자장면이나 집에서 전화 한 통이면 배달해주는 자장면에서는 도통 그때 그 맛을 느낄 수가 없네요.
아이들에게 졸업식 끝나고 자장면 먹으러 가자고 하면 아마 "에이 자장면이 뭐에요. 이런 날 적어도 패밀리 레스토랑은 가줘야지요!"라며 웃을 수도 있을 거예요. 요즘 아이들은 취향도 다양하고 신문기사나 뉴스에서 보면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고가의 선물이 희망사항이라 여태까지는 조카들 졸업이나 입학 선물은 편하게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준비했었어요.
하지만 현금이나 상품권은 주고 받기에는 편한데 과연 아이들에게 제대로 기억되기나 할까 하는 생각에 늘 마음 한 켠이 미안하고 아쉬웠어요. 그래서 이번 졸업과 입학 선물은 머리를 짜내고 짜내 선물 받는 아이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책 선물을 골라봤답니다.
요즘엔 특히나 글자로 된 책을 읽는 아이들이 많지 않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마법 천자문>과 <살아남기 시리즈>는 선물로 좋을 것 같아요.
재미와 공부를 한 번에~ <마법 천자문>
이 책 싫어하는 남자아이는 우리나라에서 한 명도 없다는 사실! 책 앞에 게임용 카드도 달려 있어 역시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마법천자문의 특징은 만화의 재미와 한자 학습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는 거예요. 특히 한자는 시각적 상징성을 갖고 있어서 만화와 잘 어우러지고, 지루하고 어려운 한자 공부도 마법 천자문과 함께하면 부모도 아이도 모두 만족시키는 정말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요.
통합교과 교육 방향에 도움되는 <살아남기 시리즈>
살아남기 시리즈는 핵심내용을 만화로 짚어주고, 관련 지식을 자세히 알려주는 방식이라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주제에 관련된 다방면의 지식을 알려주는 점이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아요. 통합교과와 다양한 배경 지식을 강조하는 요즘 교육 방향에 도움이 되는 학습만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자 조카에게는 망설임 없이 애장판 <캔디 캔디>를 골랐습니다. 엄마가 한창 사춘기였을 때 읽었던 만화책을 딸과 같이 보면 같은 공감대도 생기고 좋을 것 같아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를 보며 그 무섭다는 사춘기를 잘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희망 사항을 담아 보네요.
남자 조카를 위해서는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를 선택! 남자들은 태어나서 삼국지를 3번 읽는다고 하던데 일단 만화로 시작하고 나중에 진짜 소설을 읽기를 바라며 골라봤습니다.
어떤가요? 재미있는 만화책 읽으면서 공부도 하고~ 현금이나 상품권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더 의미 있는 책 선물! 은행이나 백화점 가면 10분도 안 걸리는 선물을 올해는 이리저리 발품 팔아 준비했는데 이번 졸업과 입학 선물은 참 골랐다는 생각이 드네요.
졸업과 입학하는 모든 분들, 정말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