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은 모든 걸 제쳐두고
나 홀로 조용히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저에게는 최근 몇 년간 그런 순간이 유난히 자주 찾아온 것 같아요.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자마자 직장인이 되어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의 모든 시간을 동료와 가족들과 함께 보내게 되었는데요. 늘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회의와 업무에 치이는 바쁜 나날들이 지속될 때는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어요. 특별한 것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혼자만의 장소에서 책도 읽고 사색도 하고 싶은 건데요. 야속하게도 바쁜 업무에 밀려 생활하다 보면 그런 여유는 사치가 되곤 하죠.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저에게도 혼자서 여행을 하는 날이 왔어요.
하나의 프로젝트가 완료될 무렵이었던 작년 11월, 나를 위한 최고의 사치는 홀로 하는 해외여행이 아닐까 하며 미지의 나라인 라오스로 리프레시 휴가를 떠나기로 했어요. 가기 전에 제가 라오스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주황색 옷을 입은 스님이 많다는 것, 그리고 특별히 관광할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심하고 평온할 것 같다는 생각에, 왠지 지쳐있는 저에게 가장 잘 맞는 여행지가 되어줄 거라는 느낌이 왔어요. 도착해서 본 라오스는 딱 그런 느낌에 맞는 곳이었어요. 거리에는 주황색 옷을 입은 꼬마 스님들이 활보하고 있었고, 우연히 들어간 사원의 뜰 안에는 주황색 천이 널려있었어요. 아직까지 저에게 라오스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주황색이 아닐까 싶어요. 정말 특별한 건 없었지만 그래서 더 추천하는 저의 라오스 여행을 소개해드릴게요^^
비행기 안에서 입국 카드를 작성하면서 새삼 저의 직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고민에 빠지게 한 것은 다름이 아닌 Occupation, 그러니까 직업란이었는데요. 마지막으로 입국 카드를 적었을 때 저는 분명 “Student”라고 기입했었는데 이제는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갑자기 ‘회사원’이 영어로 뭔지 생각이 나질 않아 멘붕이 찾아왔어요! Worker? 그건 조금 뭉뚱그린것같고… Businessman? 나는 여자인데!! 명함에 나온 대로 Associate? 나는 도대체 뭐지?
영업사원은 Sales Associate이라고 알고 있는데 나는 영업사원도 아니고… 뭐..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결국 뭐라고 썼는지는! 이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ㅠㅠ 아마 이 때 비행기 안에서 영어공부의 중요성과 나의 직업의 전문성에 대해 한참을 고찰했던 것 같아요. 물론, 잠시 고민하다 곧 잠들어 도착할 때 까지 푹~ 잤고, 라오스에 도착했을 때는 모두 잊고 저의 본래 목적에 돌아가 여행을 즐겼답니다.^^
달고 끈적끈적한 아이스 커피를 들고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산책하던 저에게 다가온 한 남자! 보트를 태워주겠다고 하네요. 바가지를 씌우는 것 같지만, 그래도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에, 마침 할 일도 없던 터라 마다하고 싶지 않았어요. 10인용 보트를 기사님과 둘이 대화하며 본 풍경은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진흙색 물과 초록 숲과 파아~란 하늘, 그리고 강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특히, 수영복만 입고 몸에 비누칠하더니 강물에 다이빙 한 청년! 넌 나에게 잊지 못할 볼거리를 선사했어-_-) 라오스에서 누군가가 다가온다면, 호객행위라고 생각하지 말고 친절로 받아들여보세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거예요^^
루앙프라방에서는 만낍(10,000KIP)짜리 채식 뷔페를 추천합니다!
밤마다 열리는 야시장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 골목이 보일 거예요. 가게마다 진열되어있는 음식의 양도 어마어마하답니다.
지금 봐도 군침이 나올 것 같은데요, 특히 볶음국수가 맛있었어요. 라오스 돈으로 만낍이면, 한국 돈으로는 1400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인데요, 커다란 접시에 본인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담아 먹을 수 있어요. 여행비가 넉넉하지 않은 배낭여행자나 저처럼 혼자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는 곳이죠.
하지만 라오스는 다른 동남아 국가와 비슷하게, 거의 모든 요리에 MSG가 들어간다는 것이 함정이에요. 중국이나 한국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MSG를 좋지 않게 보기 시작하여 동남아로 많이 넘어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값싼 가격에 위의 음식과 같은 패스트푸드가 많이 팔린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슬픈 현실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라오스에 간다면 쿠킹클래스를 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관광객들에 니즈에 맞추느라 변질된 요리가 아닌 그 나라의 정통 요리를 배우는 것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요. 우리나라 돈으로 2만원 정도를 투자하면 함께 시장에 가서 원재료부터 최종 단계까지 전통적인 방식의 요리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요. 제 손으로 만든 라오스식 4첩반상을 먹을 때는 정말 뿌듯했어요.
일행이 없어서 때론 외로웠지만, 일기장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의외의 곳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답니다. 길가에 핀 꽃, 시장에서 발견한 다양한 과일과 향신료들, 길고양이와 강아지들, 모두 저의 메마른 감성을 충전하게 해준 그야말로 ‘beautiful sight’이었어요. 아름다운 것들로 마음을 채우니 잃어버린 여유도 생기고, 스스로에게 힐링을 선사한 여행이 된 거죠.
어떠세요?
소개하고 보니 역시나 별 거 없는 여행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저에게 필요한 ‘힐링’의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 혼자만의 시간이,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시다면, 라오스에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강력 추천합니다!
그리고 꼭 라오스가 아니더라도, 힘들고 지칠 때 혼자 종이와 펜,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새로운 곳이든 익숙한 곳이든 떠나보세요! 가끔은 늘 다니던 집 앞 골목에서도 의외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어요. 저는 라오스 여행을 통해 스스로에게 여유를 되찾을 힐링캠프를 선사했는데요, 딱 필요한 때에 잘 다녀온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곳에서 힐링을 얻나요?
★ 3년차 직장인 위기 돌파하기 ★
(1) 시작하는 이야기 ☞ http://chemidream.com/371
(2) 먼저, 주변을 돌아보라 ☞ http://chemidream.com/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