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 3월, 겨울의 묵은 추위가 사라지고 따뜻한 기운이 샘솟는 계절인데요. 날이 따뜻해지니 다들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마음도 생길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3월에 여행객 수가 생각보다 많다고 합니다. 여행의 묘미는 무엇일까요? 맛있는 음식 먹기, 인생사진 남기기 등 다양할 텐데요. 제가 생각하는 여행의 묘미는 다양한 장소를 돌아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는 게 없는데 다양한 곳을 돌아다닐 수는 없겠죠?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여행 장소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여행을 더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면 여행을 갔을 때, 그 지역의 역사나 특색을 알면 지역 문화를 이해하기 쉬운 것처럼 사전지식이 있다면 여행의 의미를 좀 더 살릴 수 있습니다. 따뜻한 남쪽의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요. 단순히 사진 찍고 돌아다니는 제주도 여행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경관의 형성 원리에 대해서 미리 알고 가면 구경할 때 더 세심히 볼 수 있겠죠? 지금부터 아는 만큼 보이는 제주도 여행을 시작하겠습니다.
뜨거운 섬 #제주도
제주도는 신생대의 180만 년 전부터 수천 년 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일어난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화산섬입니다. 제주도를 이루고 있는 90% 이상의 암석들은 현무암류이고 응회암도 일부 존재합니다. 갑자기 현무암, 응회암과 같은 돌 이름들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나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돌하르방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돌하르방을 잘 보면 전체적으로 검은색이며 사이사이 크고 작은 구멍들이 많이 뚫려있죠? 이것이 현무암입니다. 또한 제주도는 화산지형이므로 화산폭발로 인해 주변에 화산재들이 많이 쌓여있겠죠? 그것들이 모여서 응회암을 형성합니다.
제주도의 한가운데는 한라산이 있습니다. 한라산은 온도가 높고 점성이 작은 현무암질 용암이 식어서 생긴 순상화산입니다. 한라산 정상부의 화산활동으로 백록담 분화구가 탄생하였고, 해안 근처라 물에 의한 수성 화산 활동으로 성산 일출봉이나 송악산 같은 명소들을 형성되었습니다. 또한 육상에는 작은 화산인 오름이 형성되었습니다. 제주도의 전제적인 지형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방향으로는 점성이 작은 현무암질 용암이 흘러 경사가 완만하지만, 남북 방향으로는 점성이 큰 안산암과 유문암질 용암이 흘러 경사가 급합니다. 또한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주상절리와 많은 오름들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의 자연환경 분야 3관왕에 등극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자연환경 분야에는 ‘생물권 보전 지역’, ‘세계 자연 유산’, ‘세계 지질 공원’이 있습니다.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생물권 보전 지역: 전 세계적으로 보전의 가치가 있고 지속가능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과학적 지식, 기술, 그리고 인간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생태계 지역. 제주도는 2002년에 지정되었고 그 외에 남한에는 설악산, 신안 다도해, 광릉숲, 전북 고창군 등이 있습니다.
* 세계 자연 유산: 지구의 역사를 잘 나타내 주는 곳, 희귀한 동물이나 식물이 보존된 곳,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 제주도는 2007년에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용암동굴이 지정되었고 그 외에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러시아의 바이칼 호 등이 있습니다.
* 세계 지질 공원: 지질학적으로 미적ㆍ고고학적ㆍ문화적ㆍ생태학ㆍ역사적 가치가 인정되는 지역. 제주도는 2010년에 지정되었습니다.
와! 이 정도면 세계적인 자연 관광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이런 장소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고 큰 자부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마어마한 응회구 #성산 일출봉
처음 만날 곳은 성산 일출봉입니다. 아마도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대부분 성산 일출봉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을 텐데요. 성산 일출봉 정상에 올라가봤나요? 한 15~20분 정도 가파른 계단을 걸러올라가면 정상이 나오는데요, 움푹 패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산꼭대기에 커다란 분지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성산 일출봉 응회구(Tuff Cone)는 하부에 물을 매우 잘 통과시키는 용암이 놓여있는데요. 약 5천 년 전, 상승하던 마그마가 용암층 내에 포함된 지하수와 반응하여 강력한 수성분출이 일어났습니다. 지하수가 용암을 통해 끊임없이 화도(용암이 이동하는 통로)로 공급되어 분출이 끝날 때까지 분출이 지속되었습니다. 그 결과 일출봉의 분화구는 분석이나 용암으로 채워지지 않고 현재와 같은 사발 모양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또한 응회구는 축축하게 젖은 화산재가 분화구 주위에 가파르게 쌓이고, 때때로 화산재층이 사면 아래로 무너져 내리면서 만들어졌습니다. 분출이 끝난 후에는 비와 바람 등의 침식에 의해 분화구 가장자리를 따라 여러 개의 뾰족한 봉우리와 골짜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육각기둥의 향연 #주상절리
앞서 말했듯이 제주도 대부분의 암석은 현무암인데요. 그래서인지 서귀포 대포동 해변을 가면 검은색의 현무암들이 즐비하게 이어져있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육각형 모양의 기둥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는 모양입니다. 이것을 주상절리(Columnar Joint)라고 합니다. 또한 갈라진 형태가 거북이의 등 모양과 비슷해서 ‘거북 등 절리’라고도 합니다.
주상절리의 경우는 뜨거운 현무암질 용암이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들어 수축에 의해 형성된 것입니다. 빠르게 식으면 식을수록 기둥의 굵기가 가늘어지고, 주상절리 표면에 발달한 띠 구조의 간격은 좁아지게 됩니다. 또한 과거 18세기 중반까지 주상절리뿐만 아니라 현무암까지도 원시 바닷속에서 침전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되었는데요. 18세기 중반 이후부터, 분화구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주상절리와 연결된 것이 관찰되면서 이는 지구 내부에서 높은 온도의 물질(용암)이 흘러나와 현무암과 주상절리가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습니다.
용암이 쓱 지나가면 #만장굴
또 다른 명소 중에는 하나는 바로 ‘만장굴’입니다. 제주도에는 동굴들이 굉장히 많이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보던 동굴과는 약간 다른 형태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굴을 대부분이 석회동굴입니다. 석회동굴은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 지하수가 석회암 지대를 흐르면서 석회암을 녹여서 형성됩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앞서 말했듯이 뜨거운 용암들이 흘렀던 지역이죠? 그래서 제주도의 동굴들은 용암동굴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용암동굴은 말 그대로 뜨거운 용암이 지나가면서 암석들을 다 녹인 후 다시 이동하면서 용암이 빠져나가 텅 빈 동굴의 구조가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용암동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흔적들도 많이 보입니다. 우선 용암동굴은 용암이 순식간에 지나가므로 비교적 동굴의 형태가 석회동굴보다는 깔끔한 형태입니다. 만장굴 역시 전반적으로 매끈하게 뚫린 형태였습니다. 또한 동굴 속을 흐르는 용암의 양이 줄어들면서 용암의 높이가 벽면에 선으로 남겨진 구조인 용암유선(Lava flowline)과 용암의 뜨거운 열에 의해 천장의 표면이 부분적으로 녹으면서 만들어진 용암종유(Lave Stalactite)도 잘 관찰되었습니다. 그리고 천장에서 떨어진 거대한 암괴들인 낙반(Rock Fall)도 중간중간 보였습니다. 동굴을 왕복하는데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동굴 곳곳에 보이는 장관에 감탄을 했습니다. 용암이 지나가면서 거대한 동굴을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자연의 힘에 다시 한번 경외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기생하며 살아가는 #오름
제주도에는 한라산만큼 유명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오름’입니다. 앞서 한라산의 형성과정을 설명하면서 육지에는 작은 화산인 오름이 생긴다고 언급했었습니다. 오름을 흔히 기생화산(Parastic Cone)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이름 그대로 화산 옆쪽에 붙어서 생긴 작은 화산으로, 주 분화구의 분출이 끝난 후 화산 밑바닥의 마그마가 주변으로 분출하여 생성됩니다. 제주도 한라산에는 약 370여 개의 오름이 분포한다고 합니다.
저는 용눈이 오름에 갔다 왔습니다. 이 오름은 남북으로 비스듬히 누워 부챗살 모양으로 여러 가닥의 등성이 흘러내려 기이한 경관을 빚어내며 대부분이 연초록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풀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아쉽게도 겨울이고 날도 흐려서 초록색의 싱그러운 풀은 보지 못했습니다. 오름 기슭에는 용암부스러기로 이루어진 언덕이 산재해 있고 미나리아재비, 할미꽃, 꽃향유 등이 자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은 주상절리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제주도를 돌아다니느라 많이 힘들고 피곤했지만, 여행을 통해 정서적인 힐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라 더 재밌었습니다. 일상에 지친 여러분! 따뜻한 봄이 그리운 여러분! 제주도 여행을 강력 추천합니다. 덤으로 제주도와 관련된 지식도 같이 배워가면 더욱 좋겠죠? 앞에서 설명드린 제주도의 탄생의 비밀을 잘 알고 가시면 가는 곳마다 보이는 곳이 단순한 돌이 아닌, 생명의 탄생처럼 느껴지실 거에요!
* 이 콘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케미칼 공식 블로그 케미칼드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