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오늘 아침으로 무엇을 드셨나요? 플레인 베이글에 크림치즈 한 숟갈, 아니면 슬라이스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 치즈를 일상에서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치즈는 영양식으로 저녁에 먹는 슬라이스 치즈 한 조각, 또는 브런치 카페나 양식을 먹을 때 곁들여 나오는 한 조각 정도였었죠.
그러나 지금은 우리 생활에서 치즈를 굉장히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체다, 고다치즈부터 까망베르, 프로방스 치즈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브랜드 피자나 패스트푸드점에서도 고급 치즈를 넣은 메뉴로 소비자들을 유혹해요. 이런 치즈가 공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제조 식품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치즈가 우유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 입속으로 들어오게 될까요?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하다 #치즈의 종류
치즈는 매우 오래전부터 인간의 영양식품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동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도 하이디가 할아버지와 함께 치즈를 만드는 장면이 나오죠? 인류가 책을 쓰기도 전에, 로마 제국이 세워지기도 전부터 치즈는 좋은 기호식품이었습니다. 문제는 이걸 만드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거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치즈는 우유를 오랫동안 저어서 발효시켜야 생겨나는데 지금처럼 효소를 쓰지 못하던 예전에는 이 과정을 단축시키거나 저렴하게 만들 수가 없었죠. 그래서 축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지방에서 치즈는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1. 생치즈
그러다 보니 치즈를 만드는 방법도 여러 가지로 발달하게 되었는데요. 바로 이 방법의 차이에서 치즈의 종류가 나누어집니다. 먼저 거의 숙성처리를 하지 않고 바로 제품으로 내놓는 치즈인데요. “생치즈”라 부릅니다. 우리가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는 크림치즈와 모짜렐라치즈가 여기에 속하죠. 특히 모짜렐라 치즈는 물소 젖을 원료로 만드는데 수분 함량이 50% 이상인 만큼 부드럽고 잘 늘어납니다.
2. 화이트 몰드 치즈
반면 숙성처리를 거치는 치즈도 있죠. 숙성을 시킬 때 이용하는 곰팡이의 종류에 따라 치즈의 종류가 또 나뉘는데요. 치즈 자체의 색과는 상관이 없고 흰 곰팡이를 이용한다고 하여 “화이트 몰드 치즈”라 이름 붙여졌습니다. 대표적으로 까망베르치즈가 있는데요. 요즘 패스트푸드 유명 체인의 인기 메뉴에도 쓰이고 있어요. 향이 강하고 탈지유로부터 만들어집니다.
3. 블루 몰드 치즈
숙성을 시킬 때 푸른곰팡이를 이용하는 치즈도 있는데요. 짐작하셨다시피 “블루 몰드 치즈”라고 부릅니다. 대체적으로 염도가 높아 짠맛이 강하며 화이트 몰드 치즈보다 딱딱합니다. 푸른곰팡이가 치즈 내부에 대리석 문양을 내며 자라죠. 주로 프랑스 지방에서 많이 생산하는데 록포르, 잉글랜드의 스틸턴, 그리고 대표적인 블루치즈로 꼽히는 프랑스의 고르곤졸라 치즈가 있어요. 고르곤졸라는 양젖을 원료로 합니다.
4. 옐로우 치즈
가장 대중적인 치즈이자 숙성 기간이 꽤 긴 “옐로우 치즈”도 있습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치즈가 이 종에 속합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사각형의 슬라이스 치즈인 체다 치즈, 수분이 거의 없는 이탈리아 파르마 원산의 파마산 치즈 등이 있습니다. 파마산 치즈는 수분함량이 거의 없어 보통 분말형으로 사용되고 3~4년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죠. 또한 네덜란드 남부 고다 지방에서 생산하는 고다 치즈 역시 수분 함량이 적어 딱딱한 치즈로 꼽힙니다. 우리가 치즈 하면 떠오르는 구멍 뚫린 케이크 이미지의 치즈는 스위스 베른 주에서 생산하는 에멘탈 치즈인데요. 원반 모양으로 만들어지며 숙성 도중 균에 의해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포 모양으로 치즈의 구멍이 만들어지는 원리입니다.
치즈를 만드는 #과정
1. 업스트림(Upstream) 처리 과정
원유를 가공하기 전 먼저 균을 없애야 하겠죠. 우유를 살균할 때 사용하는 저온 살균법을 이용하여 원유 내의 잡균을 먼저 잡아줍니다. 이후 원유 내의 불순물과 찌꺼기를 걸러 주어야 하는데요. 가느다란 체와 거름종이 등을 이용합니다. 여기에 현대 식품에 매우 중요한 영양성분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최종 치즈 생산물에 지방이 너무 많거나 단백질이 너무 적으면 식품안전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겠죠. 특히 미국의 경우 치즈 내 지방 함량분을 법규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원유에 특수 처리를 하여 지방분을 줄여줍니다.
2. 미드스트림(Midstream) 처리 과정
원유의 숙성과 발효 및 치즈의 기본형을 갖추는 거의 모든 과정이 이 순서에 들어갑니다. 먼저 치즈의 진행 반응을 촉진시키기 위해 효소를 넣어주어야 하는데요. 예전에는 레닛(rennet)이라 부르는 물질을 이용하여 치즈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량생산에는 부적합하다는 측면이 있었죠. 그래서 현대 공정에서는 카이모신(Chymosin)이라는 효소를 사용합니다. 단백질을 응고시켜 좋은 단백질 식품을 만드는 과정인데, 예전에는 이 효소를 얻으려면 송아지 위를 절제하여 추출해야 했었죠. 연간 2천만 마리의 송아지가 도살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하여 대량의 카이모신을 쉽게 생산할 수 있습니다. 박테리아와 카이모신이 들어가면 치즈는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게 되고, 여기에 치즈의 맛과 향을 내는 첨가물을 넣은 후 지방 제거 효소를 이용하여 지방량을 다시 조절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젖당을 젖산으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 치즈의 질을 높입니다.
3. 다운스트림(Downstream) 처리 과정
이제 다 끝났습니다. 완성된 치즈를 상품으로 내놓기 위한 마지막 후처리 작업만 남았는데요. 치즈의 필수 성분을 만들기 위해 덩달아 합성된 여러 가지 부산물들을 먼저 제거합니다. 생치즈와 같이 숙성 기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내놓을 수 있는 치즈는 포장을 바로 진행하고, 숙성 기간을 거쳐야 하는 치즈들은 창고와 숙성소에 잘 저장되어 숙성기간을 거치게 되죠. 그리고 시장이나 마트로 나가 소비자들에게 팔립니다!
대량생산의 힘 #재조합 기술
아까 송아지의 위에서 추출하던 카이모신이라는 효소를 현대 유전공학 기술로 쉽게 생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쓰이는데요. 사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물질보다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고,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적용된 식품은 GMO 표시를 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생명체 및 음식이 아닌 단순 화합물을 쉽게 합성하는 데에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필수적이죠. 단적인 예로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인슐린 역시 재조합 기술로 대량합성이 성공하자 단가가 많이 떨어졌고 많은 환자들이 이 약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조합 기술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대장균의 유전전달체인 플라스미드의 일부를 자르고 카이모신을 합성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유전부위를 집어넣은 후 다시 연결합니다. 이제 플라스미드의 일부분은 대장균의 대사에 필요한 단백질을 생성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하지만 카이모신의 합성을 명령하는 유전적 지도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이 플라스미드를 대장균에 집어넣고 대량 배양하면 대장균들이 카이모신을 합성해 내게 되죠. 이에 필요한 배양 조건만 적절히 맞춰 주면 매우 저렴한 단가에 효소를 합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생물학적 효소들은 대부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인해 생산력이 대폭 향상되었죠!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치즈, 이제는 사람들이 단순히 치즈를 접하는 정도가 아니라 음식에 치즈를 추가하거나 종류를 고르기도 하는데요. 특히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와인과 함께 다양한 치즈를 즐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직 치즈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분들은 찾아보기 힘든데요. 이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치즈를 맛보면서 생산 과정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치즈의 생산 과정을 알게 되면 치즈 본연의 맛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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