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은 대학생들의 영원한 친구 같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시험을 치르게 된 분들, 시험과 과제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분들, 저처럼 탱자탱자 놀다가 발등에 불 떨어진 분이라면 누구나 날 좋은 가을에 한 번쯤은 밤샘 공부를 하시게 되겠죠? 날이 좋다고 잠이 안 오는 건 아니죠. 그래서 이런 밤샘에 에너지 드링크가 빠질 수가 없습니다. 새벽이 되면 내려오는 눈꺼풀을 억지로 열기 위해, 오늘도 빈 캔을 책상에 쌓아둔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이번 포스팅은 그런 분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한 달 동안 편의점에서 파는 에너지 드링크 5종을 직접 먹어 보고, 각 제품의 효능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전통의 강호! 박카스부터 밤샘계의 혜성! 스누피 우유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니 속엔 모가 있을까? #에너지 드링크
시중에서 파는 에너지 드링크는 대부분 정제수와 액상과당을 베이스로 합니다. 이 점에서는 콜라, 사이다 같은 비카페인 음료들과 비슷하죠. 정제수는 물이고, 액상과당은 단맛을 내기 위해 집어넣는 성분입니다. 그러나 에너지 드링크의 독보적인 특징은 타우린과 카페인 포함 여부에 있습니다. 타우린은 인체 장기 및 세포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으로써 체내에 거의 합성되지 않는 성분입니다.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카페인은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중추 신경을 흥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섭취하면 한동안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둘 다 밤샘을 위해서는 빠뜨릴 수 없는 성분이겠죠? 참고로 스누피 커피 우유는 전통적인 의미의 에너지드링크는 아닙니다만, 의도적으로 각성 효과를 위해 카페인을 많이 넣은 제품이므로 편의상 에너지 드링크라고 부르겠습니다.
에너지 드링크 5종 #비교 분석 실험
1. 실험 조건과 방법
실험자! 즉 저의 특성은 하루에 10시간을 잡니다. 어지간한 카페인에는 단련되어 있는데요. 이미 고3 때부터 커피를 하루 세 캔씩 마셔댔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12시~1시쯤 잠이 오기 시작합니다. 실험할 음료들은 박카스, 핫식스, 레드불, 몬스터에너지, 스누피 커피 우유입니다. 실험방법이 궁금하실 텐데요. 저녁 8시쯤 한 캔을 비우고 언제까지 수면 욕구가 안 일어나는지 지켜봅니다. 졸리면 졸리기 시작한 시간을 기록하고 바로 잡니다.
2. 실험 시작
저는 모든 음료를 같은 편의점에서 한꺼번에 샀습니다. 그랬더니 점장님이 계산대에서 이렇게 먹으면 큰일 나요! 손님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마도 이것들은 제가 한 번에 마실 거라고 생각하셨을 테죠. 물론 그럴 일은 없습니다. 실제로는 한 달에 걸쳐, 일주일에 한 종류씩만 마셨답니다. 그것도 늦게 자도 괜찮을 만큼 일이 있는 날만 골라서 실험을 했어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지금부터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전통의 강호 #박카스
▲ 박카스(출처: 박카스 홈페이지, http://www.bacchusd.com)
우선 간단한 박카스 소개부터 할까요. 용량은 120mL, 카페인 함량 30mg (100mL당 25mg), 성분은 타우린, DL-카르니틴염산염, 이노시톨, 니코틴산아미드, 티아민 질산염 등입니다. 실험결과 졸리기 시작한 시간 새벽 1시였습니다. 별다른 각성 효과를 못 느꼈습니다. 사실 실험 전부터 큰 기대를 안 했어요. 제가 선택한 다섯 가지 음료 중 총 카페인 함량이 가장 적은 음료였기 때문이죠. 카페인에 예민하지만 에너지 드링크를 드시고 싶은 분들은 박카스를 선택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달지 않고, 양도 적고, 뒷맛도 깨끗해서 마시기에는 좋습니다. 단, 간에 문제가 있는 분들은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에너지 드링크 #핫식스
▲ 핫식스(출처: 롯데칠성 홈페이지, http://mall.lottechilsung.co.kr)
핫식스는 용량 250mL, 카페인 함량 60mg (100mL당 24mg), 성분은 정제수, 액상과당, 이산화탄소, 과라니추출물(카페인), 타우린, 구연산, 착향료 등입니다. 졸리기 시작한 시간은 새벽 1시 경입니다. 마시고 나서 약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핫식스는 박카스에 비하면 총 카페인 함량이 두 배이고, 당분도 훨씬 많기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각성 상태는 8시 반쯤 시작해 10시쯤 끝나버렸습니다. 12시에는 평소와 완전히 같은 상태였고, 1시에는 잠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맛은 환타와 박카스를 섞은 듯한 맛입니다.
물 건너온 유명 드링크 #레드불
▲ 레드불(출처: http://energydrink-us.redbull.com)
용량 250mL, 카페인 함량 62.5mg (100mL당 25mg), 성분은 정제수, 설탕, 구연산, 이산화탄소, 타우린, 탄산마그네슘, 차 추출물, 카페인, 니코틴산 아미드, 비타민B6염산염, 비타민 B2, 비타민 B12입니다. 졸리기 시작한 시간은 새벽 2시 경입니다. 마신 직후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9시쯤 되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핫식스를 마셨을 때처럼 약간 눈이 뜨인 느낌이었고, 살짝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핫식스와 마찬가지로 당분과 카페인이 동시에 머리에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각성 상태는 12시까지 갔습니다. 그러나 12시 반을 넘어가면서부터 급격히 약발이 떨어졌고, 시간이 2시를 넘어가자 슬슬 평소처럼 잠이 왔습니다. 맛은 딸기 맛 시럽약과 박카스, 탄산을 섞은 맛이었는데요. 친구들은 휘발유 맛이라고도 표현하더군요. 레드불 가격이 핫식스의 거의 두 배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가격 대 성능비가 좋은 편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포장부터 살벌한 #몬스터 에너지
▲ 몬스터 에너지(출처: http://www.monster-beverage.com)
용량 355mL, 카페인 함량 100mg (100mL당 28.16mg) 성분은 정제수, 설탕, 구연산, 인삼추출물, 이산화탄소, 몬스터 에너지 코리아 블렌드(타우린, 니코틴산아미드, 정제소금, 비타민 B12제제, 이노시톨, 과라니추출분말, 비타민B6염산염, 비타민 B2, 덱스트린) 등입니다. 졸리기 시작한 시간은 새벽 3시 경입니다. 마시자마자 아, 이거 정말 에너지 충전용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캔을 다 비우면 한동안 눈을 강제로 번쩍 뜨게 됩니다. 술을 살짝 마신 것처럼 기분이 좋았으며, 컴퓨터 앞에서 딴짓 안 하고 하던 일에만 집중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많은 당분과 카페인이 뇌를 확 깨우는 느낌입니다. 새벽 1시까지는 이런 쌩쌩한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다 2시가 넘어가자 각성 상태가 점차 풀리기 시작했고, 3시가 되자 갑자기 머릿속에서 무언가 빠져나간 느낌이 들면서 몹시 피곤해졌습니다. 그 후 잠을 자긴 했지만, 깊게 자지는 못하고 계속 이상한 꿈을 꿨어요.
맛은 인삼주, 매우 많은 설탕, 박카스, 탄산을 한꺼번에 섞은 듯한 맛입니다. 직접 마셔보기 전에는 이 맛을 상상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기본적으로 양이 많다 보니, 여러 횟수에 걸쳐 마셔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몬스터 에너지를 한꺼번에 몇 캔씩 먹다가 카페인 과잉 섭취로 사망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몬스터 에너지를 드실 분들은 주의하시길! 단, 미국의 몬스터 에너지는 한국 제품에 비해 카페인이 훨씬 많이 들어있으며 캔 하나의 용량도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요.
더 진한 커피 우유 #스누피 커피 우유
용량 500mL 카페인 함량 237mg (100mL당 47.4mg), 성분은 원유, 정제수, 액상과당, 유크림, 탈지분유, 커피파우더, 덱스트린 등입니다. 졸리기 시작한 시간은 새벽 3시 반인데요. SNS에서 드높은 악명을 자랑했던 제품인지라 기대가 컸습니다. 카페인 함량이 박카스의 약 8배에 달하며, 한 팩의 열량이 밥 한 공기와 맞먹는 우유입니다. 당 함량은 몬스터 에너지의 41g을 뛰어넘는 48g에 달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저녁을 굶은 채로 마셨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분명 잠이 깨긴 하는데 효과가 강하진 않았습니다.
각성 효과는 9시쯤 나타났는데요. 레드불이나 몬스터 에너지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정신 차리게 되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마시기 전보다 약간 덜 졸리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정도였습니다. 이 약한 각성 상태는 새벽 2시까지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다 새벽 2시 반을 넘어가면서 각성 상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새벽 3시가 넘어가자 평범하게 잠이 왔습니다. 다만 각성상태에서 깰 때 크게 피곤하지 않았던 것이 레드불이나 몬스터 에너지를 마셨을 때와는 좀 달랐습니다. 맛은 몹시 진하고 들쩍지근합니다. 일반적인 커피 우유를 생각하고 마셨다간 당황할 맛입니다. 게다가 500mL씩 되는 우유를 한꺼번에 마시기엔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이 제품의 각성 효과는 근본적으로 많은 양 때문에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시판되는 에너지 드링크 5종을 마셔본 결과, 다섯 음료 중에서는 몬스터 에너지가 가장 효율이 좋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구하기도 쉽고 양을 따져보면 가격도 비싼 편이 아니고 효과도 가장 좋았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이미 카페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길게 오지 않습니다. 또한 각성 효과가 크고 당분 함량이 높은 만큼 자주 섭취하면 부작용이 따를 듯합니다. 카페인에 민감하신 분들은 절대로 피하셔야 할 제품이며 단 것을 싫어하는 분들께도 권하지 않습니다. 굳이 몬스터 에너지로 하루 정도 밤샘을 하고 싶으시다면, 정말 급할 때 커피 반 잔과 함께 에너지 몬스터 한 캔을 몇 시간에 걸쳐 천천히 드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에너지 드링크의 #함정
에너지 드링크는 카페인을 많이 포함한다는 것은 위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이건 알고 계셨나요? 대부분의 커피는 에너지 드링크보다 훨씬 많은 카페인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조그마한 레쓰비 한 캔이 레드불 한 캔보다 1.5배 많은 카페인을 품고 있습니다. 캔커피뿐만이 아니라 카페에서 만드는 아메리카노나 더치커피 역시 한 컵에 카페인이 90mg 넘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피 중에서도 가장 카페인 함량이 높은 더치커피 두 잔을 마실 경우, 사실상 에너지 드링크 네 캔을 먹는 효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러니 단순히 카페인만 많이 섭취하실 요량이라면 굳이 에너지 드링크를 선택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평소에 커피를 자주 마시고도 잘 자는 분들이라면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에너지 드링크는 타우린, 비타민 등 피로 해소 성분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커피와 다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음료에 포함된 미량의 성분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타우린의 경우 해산물에 많은 양이 포함되어 있어, 일반적인 식사로도 필요한 만큼 섭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남들 말만 믿고 무조건 에너지 드링크를 드시지 말고 필요에 따라 선택해서 드시기 바랍니다.
실험을 해보니 의외로 에너지 드링크는 밤샘 대비용 특효약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카페인을 한 번에 많이 섭취하고 싶을 경우엔 커피를 섭취하는 편이 더 효율적입니다. 또한 카페인을 너무 맹신해서도 안 됩니다. 카페인의 역할은 몸의 피로를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피로를 몇 시간 동안 못 느끼게 만드는 것입니다. 에너지 드링크나 커피의 약발이 떨어지면 평소보다 더 심한 피로를 겪게 되지 않던가요? 그건 우리가 쉬어야 하는 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체력을 억지로 끌어다 썼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카페인 섭취를 통한 밤샘은 미래에 이자를 주고 체력을 빌려오는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가을은 밤샘하실 분들이 많을 계절입니다. 특히 시험, 과제, 발표, 팀플 등 여러 과업에 짓눌려 어쩔 수 없이 에너지 드링크를 찾는 분들이 무수히 계실 텐데요 그런 분들에게 드리는 팁 하나! 당분이 많은 에너지드링크는 한 잔 이상 마시지 맙시다. 팁 둘! 카페인이 필요하다면 되도록 설탕이 안 들어간 커피를 선택합시다. 팁 셋! 낮에 조금씩 쪽잠을 자두어 체력을 보충한 상태에서 밤샘을 합시다. 팁 넷! 웬만하면 밤샘은 하루 이상 하지 맙시다. 잠을 자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뒤에 닥쳐올 후폭풍도 커지니까요. 미래를 위해 책상 앞에 밤새도록 앉아있을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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