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블록, 나노 허벅지 등 나노라는 단어를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데요. 이런 표현들을 통해 우리는 나노라는 것이 대충 아주 작은 크기를 뜻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나노 기술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나노(nano)란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물 분자 하나의 크기가 0.2nm 정도임을 고려했을 때, 나노 기술이라는 것은 엄청난 미시 세계를 다루는 기술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나노 기술은 범주가 넓기 때문에 전자, 기계 등 많은 산업에서 쓰이고 있고 관련된 기술이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다루어 볼 나노 기술은 다양한 분야 가운데에서도 의료산업입니다. 의료산업에서 쓰이는 대표적인 3가지 나노 기술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드러그 딜리버리 시스템의 필요성
환자들이 약을 먹다 보면 체내 기관에 필요한 양만큼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도달하지 못하는 양을 감안하여 복용량(Dosage)을 늘리게 되면 환자의 몸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안전상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의약물 투여 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개발되고 있는 해결책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드러그 딜리버리 시스템(Drug Delivery System)이라고 합니다. 드러그 딜리버리 시스템(이하 DDS)은 약물의 부작용을 줄이고, 충분한 농도의 약이 목적 부위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뜻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DDS의 목적은 특정 타겟을 생체 내에서 적당한 농도로, 효과적으로 지속 또는 방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DDS는 환자들의 약물 오남용 감소, 병원비 감소 등 다양한 면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2. 패치형 DDS
약물이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경구로 투여하는 약물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삼키는 것보다 좀 더 다양한 종류가 DDS 시스템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처음 소개하고자 하는 종류는 패치형 DDS입니다. 패치형 DDS는 쉽게 생각하면 파스와 같이 피부 위에 붙이는 형태를 뜻합니다. 미세한 마이크로 사이즈의 칩이나 피부 활성화 물질이 붙어 있어 체내에 침투되는 물질의 양이 일정하도록 조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피부에 붙이는 형태이기 때문에 손쉽게 제거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3. 캡슐형 DDS
보통 우리가 투여하는 약은 대부분 소위 알약이라 부르는 경구 투여 약물입니다. 이런 약물의 경우 위에서 소화되어 소장에서 흡수가 됩니다. 소장에서 흡수된 약물이 체내의 필요한 곳까지 가려면 혈액 순환을 통해 이동해야 합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필요한 장기에 충분한 농도의 약물이 도달하게 하려면 약물을 과하게 투여해야 했지만, DDS 기술로 이런 필요 없는 약물 오남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고분자로 캡슐을 만들어 필요한 곳에서 캡슐에서 약물이 방출(release)되어 부작용 없이 반응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이 되었습니다.
이런 기술은 항암제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 항암제의 경우 반응성이 강하기 때문에 환자의 건강을 위해 약물 오남용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암세포의 메커니즘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연구 중이지만 현재 시판된 약물들도 많이 있습니다.
신체 같은 칩 #휴먼 온 어 칩
손바닥보다 작은 칩을 이용해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면? 동물 실험 없이 약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바로 알 수 있다면? 이런 SF 영화와 같은 일을 이루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휴먼 온 어 칩(Human on a Chip)입니다. 마이크로 유체 기술 등을 이용하여 칩 사이즈로 우리 몸의 신체 기관을 모방한 기술입니다. 현재로는 폐, 피부, 간, 신장, 심장 등을 인공 칩으로 만들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기들과 관련된 연구를 우리는 랩 온 어 칩(Lab on a Chip)이나 오르간 온 어 칩(Organ on a Chip) 또는 장기칩이라고 부릅니다. 휴먼 온 어 칩이 각광받는 이유는 약물 투여 시 장기들의 변화를 3D로 관찰할 수 있고, 세포를 배양하여 칩을 만들어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에서도 보다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Lung on a Chip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일단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폐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몸에는 가슴 부분에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벽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이 흉벽과 폐 사이는 진공 상태로 존재합니다. 호흡할 때는 폐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근육들이 움직여 폐의 압력 변화가 생기고, 그 결과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게 됩니다. Lung on a Chip은 이런 폐의 물리적인 모습을 모사했을 뿐만 아니라, 폐에서 세포를 떼어낸 후 이를 배양시켜 chip 속에 집어넣어 폐에서 세포들의 물리적인 움직임들을 관찰할 수 있게 3D로 구성했습니다. 나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가 미시 수준의 물질 조절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장기칩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똑같이 만들어라! #3D 프린팅
1. 3D 프린팅이란?
▲ 3D 프린터(출처: https://3dprint.com/)
작년 한 해, 우리나라 과학 기술계를 강타한 단어를 꼽으라고 하면 드론과 3D 프린팅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프린트하는 것은 평면 위에 펼쳐지는 2차원적인 것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3D 프린팅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물건의 입체감을 그대로를 복사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집을 3D 프린팅으로 제작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3D 프린팅은 잘 사용한다면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그을 것임은 확실합니다.
2. 의료산업에서 3D 프린팅
3D 프린팅이 어떻게 의료 산업에 사용되는 걸까요? 대표적인 예는 장기 복제입니다. SF 영화처럼 기계에서 3D 모양으로 바로 장기를 프린팅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3D 프린팅에 쓰이는 재료는 고분자, 쉽게 말하면 플라스틱이기 때문입니다. 3D 프린팅이 의료산업에서 쓰이는 이유는 장기가 필요한 환자에게 그 장기 모양에 맞는 장기를 환자의 세포로 만들어 기존의 장기 이식의 부작용을 줄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장 이식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환자가 신장에 문제가 있어 신장 이식을 해야 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이식할 수 있는 신장을 찾는 데에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고, 찾을 수 있다는 보장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다른 문제는 복잡한 관들이 있다는 문제입니다. 우리 몸에는 하나의 장기에 여러 개의 혈관이나 장기와 장기를 연결하는 도관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장기 이식 시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3D 프린팅을 사용한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우선 신장을 3D 스캐닝을 합니다. 그리고 의료진이 환자의 정상 신장 세포 조직을 떼어냅니다. 3D 스캐닝을 하여 얻어낸 정보를 이용해 생분해성 고분자로 프린팅을 합니다. 이는 세포를 배양할 틀로 사용합니다. 여기에 환자의 세포를 넣어 환자의 몸속에서 배양하면 도관의 문제 등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신장이 정상 작동한다는 임상 케이스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과학적인 의미가 아닌 작은 사이즈를 나타내는 의미로 나노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요. 사실 나노에는 앞에서 알아본 것처럼 단순한 사이즈의 문제가 아닌 인류의 건강을 책임지는 기술을 만들어낸다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기술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가 좀 더 편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나노기술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나노기술에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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