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틀어주는 곳이 있다구요?
LP카페라고 해서 찾아가보면 레코드판은 장식이고 정작 음악은 컴퓨터로 틀어주는 곳이 종종 있는데 모든 음악을 턴테이블을 통해서만 들려주는 카페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나무로 만든 간판이 아날로그의 느낌을 주네요 :)
찾아간 곳은 Beatles라는 연세대학교 앞에 있는 작은 음악카페입니다.
가게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기 사장님이 분명히 비틀즈 매니아 라는데 한 표. ^^
지하로 내려가는 카페입구 - 과거로의 음악여행을 떠나는 통로 같습니다.
카페에 들어서자 위 아래 온통 나무로 꾸며진 따뜻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소박한 인테리어가 오히려 아날로그 공간의 감성을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다행히(?) 손님이 없어서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곳이 꽤 오래된 곳이라고 들었는데 얼마나 되셨나요?
"처음 시작은 1991년이니까 20년이 넘었네요
그 당시는 락카페가 유행을해서 시끄러운 음악을 틀었죠"
아~ 그러면 처음부터 비틀즈가 아니었군요?
"네~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취향에 맞춰서 그렇게 했었는데 저도 나이를 먹다보니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틀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2000년에 비틀즈로 이름을 바꾸고 올드뮤직만 틀고 있습니다."
가게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우선 제가 비틀즈를 가장 좋아하구요. 비틀즈 시대의 음악만 틀겠다는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당시의 감성을 추억하는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죠."
그러면 비틀즈 시대가 아니면 노래신청이 안 되는 건가요?
ㅎㅎㅎ 그렇지는 않구요 비슷한 감성의 음악들이 있자나요 예를 들어 에릭 크립튼이랄지…
시끄러운 메탈만 아니라면 제가 가지고 있는 판에서 찾아서 들려드립니다.
제가 그렇게 꽉막힌 사람은 아니거든요 가끔 유재하나 김광석 노래도 들려드립니다. ^^
이곳은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시나요?
뭐 올드뮤직을 좋아하는 분들이 오시겠죠~ 대학교 앞이다보니 20대도 가끔 찾아오지만
주로 오시는 손님은 30~40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50대는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자주 옵니다.
그날 그날 손님들에 따라서 음악의 분위기가 달라지게되죠. 그것이 또 이곳의 매력이기도 하구요.
한쪽 벽을 빼곡히 채운 8000장의 레코드판 다시 보아도 포근한 공간입니다.
여기는 레코드판으로만 음악을 틀어준다고 하던데요?
당연하죠 제가 그걸 듣고 싶어서 시작한거니까요. 얼마 전에 동아일보 기자가 와서 그러더라구요
다른곳 몇 군데 가봤는데 분위기만 꾸며놓고 실제 음악은 CD로 틀어주는데
모든 음악을 LP로 틀어주는 곳은 여기 밖에 못 봤다라고…
찾아보면 몇군데 더 있는데 아마 그분이 그런데를 못가보셨나봐요. ㅎㅎㅎ
이 레코드 판은 어디서 구하신건가요?
집에 가지고 있던겁니다. 가게가 좁아서 8000장 정도 있구요 집에 1만2000장 정도가 더 있습니다.
공간을 늘려서 더 많이 갖다 놓고 싶기도 하지만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그러더라구요
지금 공간이 딱이라고~ 넓히면 안올거라구 ㅎㅎㅎ
그래서 그냥 이대로 있는거죠.
장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원래 음악을 좋아하셨군요.
그럼요. 부모님께서 워낙 음악을 좋아하셨죠. 아무래도 그 영향이 크죠.
제가 태어났을 때 집에 레코드판이 3000장 정도 있었습니다. 아마 그 당시로는 대단한 숫자였을 겁니다.
그 이후에 계속 평생을 모아온 것이 2만장 정도 되는 셈이죠.
추억의 턴테이블 아마도 테크닉스 SL-1200 시리즈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뒤로 비틀즈의 쟈켓도 보입니다.
노래는 어떻게 신청하나요?
저기 있자나요~ "종이" 하고 "펜 "20년전 그대로에요.
듣고 싶은 음악을 적어서 주시면 됩니다.
그런데 진짜로 노래 신청하면 다 기억하시나요?
에이~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요. 그치만 자주 오시는 분들은 웬만한건 다 알아서 틀어드리는 편이지요.
정말 오랜만에 노래 신청을 해봅니다.
조금 뜬금 없게도 에어서플라이의 Without You와 사이먼&가펑클의 Mrs. Robinson을 신청했는데
이렇게 글자도 안보이는 낡은 자켓들 사이에서 귀신 같이 찾아서 들려주십니다. ^^
그리고 잠시 후 전설의 Beatles를 만납니다.
Hey Jude
이 곳의 느낌을 전해 드릴 수 없는 아쉬움을 영상으로 대신합니다.
이 곳 사장님의 음악적 감성 뿐 아니라 말씀도 달변이셨습니다.
한번 신청 받은 곡은 다 기억하신다고 합니다.
아마도 제가 다시오면 아까 그 음악을 자동으로 틀어주실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의 감성이 살아있는 마음 따뜻한 공간
Old Music Bar – Beatles
참 귀가 행복한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사장님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네요.
“빠르게 움직이는 이 서울에 이런 공간 하나쯤은 멈춰 있어야 기댈 어깨라도 되지 않겠습니까?”
각박한 현대인의 기댈 어깨, 비틀즈
주말에 시간을 내어 잠시 그 어깨에 기대어 과거로의 추억여행 을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