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지로 풀어보는 홍대의 작은 사랑방
▲ 초저녁이라 아직은 한산한 홍대 먹자골목 거리
세상이 점점 표준화 대형화되어 가면서 일상은 편리해졌지만 가끔은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죠. 두어평 남짓 작은 공간에서 사장님이 직접 내어주는 핸드 드립 커피에는 스타벅스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무엇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술집도 깔끔하게 인테리어 된 프랜차이즈 주점이 즐비하지만
그곳에서 사람의 향기를 느끼기란 쉬운 일은 아니죠.
젊은이의 거리로 대변되는 홍대에 예전 대학시절 학교 앞 이모 집에서 느끼던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있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사람의 향기를 느끼기란 쉬운 일은 아니죠.
젊은이의 거리로 대변되는 홍대에 예전 대학시절 학교 앞 이모 집에서 느끼던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있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 은은한 조명과 메뉴판 겸용의 정감 넘치는 커튼
서교호텔을 지나 홍익대학교 정문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먹자골목 입구가 나옵니다. ‘조폭 떡볶이’ 주차장길 방향으로 100미터쯤 가면 먹자골목 중간쯤에 ‘그때 그 오뎅’이라는 정종집이 나오는데요, 가게가 얼마나 작은지 빠른 걸음으로는 그냥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작은 공간입니다. 순대국 집 사이에 숨어 있는 동그랗고 노오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면 제대로 찾으신 겁니다.
▲ 8명이 겨우 들어갈 작은 공간. 앞 사람과의 거리는 70센치, 옆 사람과의 거리는 제로 ^^
세가지가 없다?... 이름, 취객 그리고 어색함
이곳에는 세가지가 없습니다. 우선 이 곳은 가게 이름이 없습니다. 간판은 ‘그때 그 오뎅’으로 되어있는데 사실 저도 이번에 10년만에 간판 이름을 처 음 봤네요. ^^; 홍대 미대출신 단골이 간판디자인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이곳을 아는 분들은 여전히 ‘정종집에서 보자’라고 하면 ‘그때 그 오뎅’으로 모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와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곳에 술 취한 사람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마시다 취한 분도 주인장님께서 강제귀가를 시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워낙 작은 공간이다 보니 한 명이라도 취한 분이 계시면 전체 분위기가 썰렁해지기 때문이랍니다. 끝으로 이곳에는 어색함이 없습니다. 테이블이 하나라서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과 바짝 마주대하는 것이 어색해보일지 모르나
삼십분만 지나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와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곳에 술 취한 사람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마시다 취한 분도 주인장님께서 강제귀가를 시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워낙 작은 공간이다 보니 한 명이라도 취한 분이 계시면 전체 분위기가 썰렁해지기 때문이랍니다. 끝으로 이곳에는 어색함이 없습니다. 테이블이 하나라서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과 바짝 마주대하는 것이 어색해보일지 모르나
삼십분만 지나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세가지가 있다?... 에어컨, TV 그리고 음악
열 자리도 안 되는 이 작은 공간에 에어컨이 두 대나 있습니다. 항상 오뎅을 데워야 하는 공간의 특성상 에어컨 한대로는 여름을 나기 힘들어
얼마 전에 에어컨 한대를 더 달았다고 합니다. 두 평 남짓 공간에 에어컨이 두 대~!! 면적대비 에어컨 용량은 대한민국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그마한 텔레비전이 있는데 공간이 아담해서 대형 텔레비전 못지 않은 기능을 발휘하지요. 월드컵 때 복잡한 곳을 꺼리는 분들은 이곳에서 오붓하게 경기를 즐길 수도 있답니다. 그리고, 8시가 넘으면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전환이 됩니다. 오디오 또한 미니인데 커튼 뒤에 숨어 있어서 눈으로는 안보이지요. ^^
이곳 음악의 특징은 음악 선곡을 책임져주시는 단골손님들이 많아서 요즘 인기가 많은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 K3’ 의 곡들 뿐만 아니라 추억의 80년대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두서없이(?) 들을 수 있는 예사롭지 않은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에어컨 한대를 더 달았다고 합니다. 두 평 남짓 공간에 에어컨이 두 대~!! 면적대비 에어컨 용량은 대한민국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그마한 텔레비전이 있는데 공간이 아담해서 대형 텔레비전 못지 않은 기능을 발휘하지요. 월드컵 때 복잡한 곳을 꺼리는 분들은 이곳에서 오붓하게 경기를 즐길 수도 있답니다. 그리고, 8시가 넘으면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전환이 됩니다. 오디오 또한 미니인데 커튼 뒤에 숨어 있어서 눈으로는 안보이지요. ^^
이곳 음악의 특징은 음악 선곡을 책임져주시는 단골손님들이 많아서 요즘 인기가 많은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 K3’ 의 곡들 뿐만 아니라 추억의 80년대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두서없이(?) 들을 수 있는 예사롭지 않은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돌아서면 생각나는 세가지... 정종, 시사모 그리고 어묵
술집을 찾는 이유는 보통 세가지 입니다. 술과 안주 그리고 사람입니다. 이곳 주인장님의 손맛이 워낙 좋으셔서 홍대 먹자골목에서 유명한 날치알쌈부터 팔뚝만한 계란말이, 라면, 그리고 이쁜 단골만 해준다는 라볶기 등이 유명한데 저는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시사모를 택했습니다. 알이 통통한 녀석들이 정종에도 소주에도 다 잘 어울리지요.
최근 사케 집이 많이 생기면서 정종 마니아들이 많이 는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이 찬바람이 불면 따끈하게 데운 정종 한잔이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기도 하는데요, 예전처럼 정종을 중탕으로 데워주는 곳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아마도 많은 손님을 빨리 받기 위해서 끓여서 내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 오시면 중탕으로 데운 정종을 드실 수 있습니다. 중탕이라 식힐 필요 없이 바로 마시기 적당한 온도에 은은한 향이 제격입니다. 사람이 좋고 술이 맛있고 거기다 안주까지 입맛 돌게 한다면 이곳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겠죠.
▲ 20대 후반의 청년과 40대 중반의 형님이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메뉴판에 없는 세가지... 단골, 세대공감 그리고 사람
시대가 바뀌면서 단골의 개념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사장님과 아는 집을 단골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내가 자주 가는 곳이 단골이
된 느낌입니다. 이곳은 워낙 작은 공간이라 자주 오는 손님의 이름을 주인장이 다 알고 있답니다. 말 그대로 오리지널 단골인 셈이죠. 그리고 20대부터 50대까지 이곳을 찾는 손님이 다양하다고 합니다.
된 느낌입니다. 이곳은 워낙 작은 공간이라 자주 오는 손님의 이름을 주인장이 다 알고 있답니다. 말 그대로 오리지널 단골인 셈이죠. 그리고 20대부터 50대까지 이곳을 찾는 손님이 다양하다고 합니다.
한번은 홍대 교수님께서 안쪽에 계셨는데 학생들이 밖에서 마시고는 조용히 교수님 앞으로 달아놓고 갔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을 정도로 세대간에 스스럼 없이 술 친구가 되는 곳이랍니다.
사실 여기서는 앞자리와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대화를 안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포장마차가 도시미관을 해친다고 다 사라지고 실내로(실내 포장마차는 사실 포장마차가 아니지만) 들어가면서 사라진 그 사람의 향기가 이곳에서는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비밀 하나, 골든벨!
예스러움을 간직한 천정의 백열등 옆에 작은 종이 하나 달려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이 녀석을 골든벨이라고 합니다. 일어서다가 머리에 닿을 수도 있는 절묘한 위치에 종이 걸려있습니다. 이 종을 건드리는 순간 그 자리의 술 값을 다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골든벨이라고 부른답니다. 이곳에 처음 온 사람이건 아니건, 본인의 의지와 상관있건 아니건 이 종을 건드리면 무조건 술 값을 계산하는 것이 이 가게의 전통이랍니다. 하지만 골든벨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울린 사람도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답니다. 워낙 작은 공간이라 가게 전체의 계산을 해도 얼마 안 나오거든요. ^^
몇 달 동안 침묵하던 골든벨이 2002년 월드컵 때는 매 경기마다 울렸다는 전설이 전해옵니다. 예전 포장마차에서 레슬링 경기를 보다가 넥타이 맨 어르신이 한일전 승리에 기분 좋게 술값을 계산해주시던 모습이 생각나게 하는 인간미 넘치는 공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몇 달 동안 침묵하던 골든벨이 2002년 월드컵 때는 매 경기마다 울렸다는 전설이 전해옵니다. 예전 포장마차에서 레슬링 경기를 보다가 넥타이 맨 어르신이 한일전 승리에 기분 좋게 술값을 계산해주시던 모습이 생각나게 하는 인간미 넘치는 공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공간인 술집.하지만 대부분 일의 연장선인 회식 또는 접대에 치여서 정말 혼자만의 휴식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럴 때 이곳을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독립된 테이블도 없고 칸막이도 없이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에서 사람에게 위안을 얻는 소중한 휴식을 경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곳이 마음에 드신다면 부담없이(?) 골든벨에도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